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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경찰서 "유치장 비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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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서울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들이 61년 만에 유치인이 없음을 알리는 백기를 2일 게양 하고 있다. 이는 1945년 10월 영등포경찰 서가 생긴 이래 처음이다. [연합뉴스]

2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영등포경찰서 현관 앞. 시무식을 마친 경찰서 직원들이 국기게양대로 나와 흰색 깃발을 올렸다. 백기는 유치장에 수감된 피의자가 없는 것을 상징한다. 경찰은 2000년 1월 이후 유치장 수감자가 없을 때 지역 주민에게 관내가 평온한 상태임을 알리는 의미에서 백기를 걸고 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이날 "오전 11시쯤 홀로 남아 있던 박모(21)씨의 신병을 관할서로 인계함에 따라 현재 유치장에 수감된 사람은 없다"며 "이는 1945년 10월 영등포경찰서가 생긴 이래 처음"이라고 밝혔다. 서울에선 구로경찰서(2000년 4월)와 강동경찰서(2005년 2월)에서 백기를 올린 적이 있다.

구로경찰서의 경우 공단 밀집지역이며, 강동경찰서는 큰 사건 사고가 상대적으로 적은 곳이다.

또 지난해 12월 호남지역에 내린 폭설 때 전북 진안경찰서 등 5곳의 유치장이 텅 비어 백기가 올라왔었다.

하지만 당시는 자연재해의 성격이 강한 데다 대부분의 경찰관이 폭설에 따른 재해방지 업무에 차출돼 서울지역과는 성격이 다른 것으로 지적됐다.

이로 인해 사건 사고 다발지역인 영등포경찰서에 백기가 올라간 것은 그 의미가 특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영등포경찰서 관내에는 국회와 금융사.방송사 등이 밀집된 여의도와 영등포역 등이 있어 이 지역의 하루 유동인구는 100여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집회 및 시위 관련 사범은 물론 단순절도와 폭력 등의 범죄가 끊이지 않고 발생해 유치장엔 하루 평균 15~20명이 수감됐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범죄 발생이 크게 줄고 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이 지역에서 발생한 폭력 등 경찰 접수 사건은 1만693건으로 2004년의 1만2532건에 비해 17% 줄었다. 일부 경찰관은 영등포역 인근 유흥가의 쇠퇴를 범죄 감소의 한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수사기관과 법원이 인신구속을 피하는 최근의 경향도 유치장 수감자 감소를 가져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한 해 이곳 유치장에 수감됐던 사람은 모두 1551명으로 2004년의 1845명에 비해 19%가량 감소했다.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우리도 믿어지지 않는다.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지만 새해를 시작하는 좋은 징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을 기회로 범죄 예방 활동을 더 충실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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