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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유조선 하역 1008척 무사고 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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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현대오일뱅크 구남진(左) 차장과 지충규(右) 계장이 30만t급 초대형유조선 위에 올라 원유 하역작업을 진두 지휘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1008척째의 무사고 하역을 성공리에 마쳤다. [대산=오종택 기자]

현대오일뱅크 구남진(45)차장은 2일 오후5시 모터가 달린 연락선을 타고 부두에서 5.3㎞ 떨어진 초대형유조선으로 향했다.

요새같이 유조선이 4척씩 한꺼번에 몰려들때는 구 차장을 비롯해 김갑성(44)과장.최창남(37)과장.지충규(39)계장 등 직원 4명이 12시간 교대근무를 하며 유조선에 달라 붙는다.

1988년 서해안에 인접한 충남 대산공단에 현대오일뱅크의 전신인 극동정유가 둥지를 틀면서 바다 한 가운데에 원유하역장이 들어섰다. 서해안에 있는 유일한 초대형 유조선 하역기지다. 이곳에서 구차장과 팀원 3명이 힘을 합쳐 중동에서 온 초대형유조선에서 원유를 아무런 사고 없이 하역해야 한다.

이날까지 17년동안 유조선 1008척의 원유 한방울도 바다에 흘리지 않았다. 유조선이 하역장에 도착하면 유조선의 운전은 선장 대신 구차장이 맡는다. 서해안은 동해안이나 남해안과는 달리 조수간만의 차이가 최대 8m에 이른다.

특히 조류가 센 보름달과 그믐달에 배가 들어오면 작업이 더 힘들어진다. 63빌딩보다 더 큰 덩치의 초대형유조선을 가만히 놔두면 최대 8노트의 조류에 밀려난다. 이러면 배와 연결해놓은 원유하역 파이프가 끊어져 기름 유출사고가 일어난다. 이날도 구차장은 30만t급 초대형 유조선의 방향키를 잡고 조심스레 180°로 방향을 바꾸는 작업을 두 시간동안 했다.

구 차장은 "다른 해안의 원유 하역작업보다 훨씬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조류의 힘이 세 유조선을 당겨주는 예인선 특수밧줄에 수시로 70~80t의 장력이 걸린다. 장력이 100t이 넘으면 바로 끊어지기 때문에 장력표시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배를 돌린다"고 말했다.

특히 대산공단 앞바다는 겨울철 북서풍이 유달리 강하다. 짙은 안개도 하역의 걸림돌이다. 이날은 다행히 북서풍이 초속 7~11m에 그친데다 안개도 끼지 않아 구 차장은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최대 200만 배럴의 원유를 싣고 있는 길이 300m의 유조선을 움직이려면 손에서 땀이 난다. 그간 아찔한 순간이 두번 있었다. 유조선의 뱃머리를 돌리다가 순간적으로 예인선과 유조선을 연결해주는 특수밧줄이 끊어지는 바람에 유조선은 바다위의 원유하역시설 쪽으로 움직였다. 충돌하면 꼼짝없이 원유 유출 사고가 일어날 판이었다. 다행히 엔진 시동을 급히 걸어 위기를 벗어났다.

구 차장을 비롯해 팀원 4명은 모두 평균 10년 이상씩 30만t급이상 초대형 유조선을 운전한 경력이 있는 베테랑들이다. 하지만 하역작업은 언제나 긴장의 연속이다.

최창남 과장은 "우리가 실수하면 양식어장은 물론 청정해역이 오염된다"고 말했다. 이들이 지금까지 별탈없이 부린 원유는 총 14억6400만 배럴. 매년 국내 석유물동량의 20%를 이들이 내렸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들이 지난해 말 무사고 1000척 하역을 돌파하자 회사 최고의 영예인 '올해의 오일뱅크인'상을 줬다.

최 차장은 "올 한해도 60여척의 초대형 유조선이 대산 앞바다에 들어오는데 무사고 기록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산=최지영 기자 <choiji@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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