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배워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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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LA올림픽이 그 본래의 이상대로 온 지구가족의 스포츠 제전으로서 성공적이었느냐 그렇지 못했느냐 하는 것은 논쟁거리로 남게될 것이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LA올림픽이 지나친 상업주의라는 비판을 받았고 올림픽 기간동안 아메리카 쇼비니즘의 파고가 너무 높았다는 점이다.
올림픽이 세계의 화합과 평화를 지향하는 인간이성의 잔치라고 볼 때 위의 두 가지 부정적 요소는 국제올림픽운동에 흠을 남겼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금메달을 3분의1 이상 휩쓸고 당초 계획대로 1천5백만달러 이상의 순수익을 올려 명실상부한 흑자올림픽을 장식했다고 하겠지만 올림픽을 이러한 시각에서만 평가한다는 것은 잘못이다.
이러한 점에서 LA올림픽은 4년후 서울올림픽의 교훈이 될 수 있다.
경제올림픽은 이론의 여지없는 지표가 되어야겠지만 상업주의로 오도되어서는 안되겠고 또 주최국의 내셔널리즘이 올림픽무드의 주류가 되어서도 안되는 것이다.
결국 올림픽개최에 대한 명백한 인식이 필요하다. 특히 서울의 경우 그것은 경제가 아니고 「문화적인 것」이어야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국제간 화해분위기 조성이라는 관점에서 「정치적 의미」가 부수적으로 따르게된다.

<전국가 참여 노력을>
따라서 서울올림픽에 최대 다수국의 참여를 위한 외교노력이 강조되어야 한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서울올림픽이 『올림피아신전의 문화적 페허화』라는 평을 들어서는 안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문화라 함은 물론 올림픽 개최국으로서 유형·무형의 국민적 문화수준을 말하는 것이며 올림픽 대회에 접하는 행사요원·경기인 및 관객의 자세를 포함한다.
LA올림픽의 경우 개회식과 폐회식 행사에 음악과 춤을 주류로 한 미국예술, 그리고 발달된 과학문화를 엮어 자본주의 대국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그것이 보편성이 결여된 할리우드 쇼의 재현이라 하여 비판을 받았지만 여하튼 자본주의 국가의 국력을 돋보인 셈이다.
서울의 경우에도 한국은 당연히 세계인의 눈을 한국의 전통예술로 즐겁게 해줄 것이다.
한국의 전통음악·무용은 확실히 격조 높은 것이지만 올림픽의 무대는 결코 순수예술의 공연장이 아니므로 미국의 자랑인 「거시윈」의 음악이 관중을 지리하게 했듯이 예컨대 궁중음악이나 부채춤이 지나치게 강조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오히려 LA의 프로그램이 너무나 눈에 익은 것이어서 새롭고 이채로운 맛이 없었다면 서울은 그 반대의 상황이므로 유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지엽적인 문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올림픽에 임하는 서울시민·한국민의 자세일 것이다.

<관객 입장은 모범적>
LA올림픽의 개막식 때, 행사시간을 약 2시간 앞두고 관객들은 물결치듯 입장을 시작했다.
9만여 인파였으나 경관의 호각소리, 아우성 같은 고함소리, 뜀박질, 밀치기, 그리고 짜증스런 표정을 단 한차례도 보거나 들을 수도 없었다. 그 곳은 섭씨32도의 땡볕 아래였다.
그들은 혹서에 시달렸으나 오로지 지정된 통로와 좌석을 향해 차례에 따라 천천히 움직일 뿐이었다.
이러한 모습은 그 이후 모든 경기장에서 그리고 폐회식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았다.
그들은 대개 부부끼리, 그리고 가끔은 어린이들을 데리고 산보하듯, 피크닉 온 듯 경기장에 몰렸으며 다만 관전 때도 그들 국가의 선수들을 거의 광적으로 응원했다. 그들은 스포츠 관객으로서 흠잡을 데가 없었다.
복싱경기장에서, 혹은 레슬링경기장에서 오심의 말썽이 일고 미국 매스컴이 그릇된 애국심과 이른바 쇼비니즘적인 횡포를 부리지만 않았다면 세계의 올림픽 가족들은 이 진정한 미국시민의 거동으로 인해 영원히 잊지못할 감동적인 추억을 지닐 수 있었을 것이다.
미국시민들은 그들의 자존심과 분별을 조금도 흐뜨리지 않았고 품격을 갖춘 시민이 LA올림픽을 받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LA의 시설이나 판정은 특별한 감흥을 주지 않았다.
인상에 남는 것은 오만하지만 재치 있게 일을 처리한 「위버로드」LA올림픽조직위원장으로부터 경기장내 핫도그 판매원에 이르기까지의 자원봉사자들과 관객들이었다.
4년후 서울올림픽의 성패를 가늠할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시민정신」이라고 말할 수 있다.
【본사 올림픽특별취재반·박군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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