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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코스트코 양평·대구·대전점 회수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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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창고형 할인점 1위 업체인 코스트코가 국내 본점 격인 서울 양평점을 비롯해 대구·대전점을 ‘원주인’인 신세계에 넘긴다. 신세계는 되찾은 양평점 등을 직영 창고형 매장으로 재개장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성장세가 가파른 창고형 할인점 시장에 지각 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코스트코 코리아 관계자는 13일 “신세계와 맺은 20년 부동산 임대계약이 2018년 말 만료되는 상황에서 최근 신세계 측이 ‘계약 연장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해와 1호점인 서울 양평점과 대구·대전점을 폐쇄하거나 이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계약해지에 따라 보증금으로 신세계에 지불한 1200억원은 돌려받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신세계 측은 “코스트코 계약 연장과 관련해서 아직 확실하게 결정된 바 없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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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코스트코 1호점인 양평점은 신세계 입장에선 ‘가슴 아픈’ 매장이었다. 1994년 신세계가 이곳에서 미국 프라이스와 기술제휴를 통해 ‘프라이스클럽’으로 문을 열었지만 외환위기를 맞아 신세계 그룹의 부채비율이 높아지자 유동성 확보를 위해 운영권을 프라이스에 넘겼다.

 이후 프라이스는 미국 현지에서 코스트코와 합병하면서 프라이스클럽이 코스트코로 간판을 바꿔 단 것이다. 이후 신세계 경영진은 코스트코가 국내 창고형 할인점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을 거듭하며 독보적인 1위에 오르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2010년부터 정용진(47)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 사업에 박차를 가한 배경이다. 현재 트레이더스 매장은 9개까지 늘어난 상태다. 코스트코는 가장 많은 11개를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는 내부적으로 코스트코로부터 돌려받을 3개 매장을 리모델링한 뒤 트레이더스로 꾸밀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창고형 할인점 시장의 순위가 바뀌게 된다. 트레이더스는 3개를 늘려 12개 매장을 갖추게 되고, 코스트코는 8개로 쪼그라든다. 코스트코가 대전점을 세종시로, 대구점을 대구신서혁신도시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10개로 트레이더스에 뒤진다.

 2019년 본격적인 시장 격돌을 앞두고 당장 올해부터 신세계와 코스트코의 신경전은 가시화하고 있다. 이마트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신세계는 지난해까지 이마트 대표이사가 코스트코 코리아 이사를 겸직했으나 올해 들어서는 신세계그룹 사회적책임 사무국 부국장(미등기임원)의 이름을 코스트코 이사에 등재했다. 이마트가 갖고 있는 코스트코 코리아 지분 3.3%도 정리할 가능성이 커졌다.

 신세계가 이처럼 창고형 할인점 시장에 적극 뛰어드는 배경은 성장 가능성이 아직 크기 때문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데 비해 창고형 할인점 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하며 지난해 3조8000억원대로 커졌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만 해도 최근 3년간 평균 매출 신장률이 20%에 이른다. 우선 취급하는 제품의 종류가 대형마트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이마트가 6만여 개 상품을 취급하지만 코스트코와 트레이더스는 4300여 개 수준이다. 그만큼 소비자 선호도 1∼2위 제품 위주로 많은 수량을 공급받아 단가를 낮추고 병행수입 등을 통해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다. 트레이더스에 따르면 매장 하나당 이마트의 1.5배 이상 매출을 올리고, 일반 대형마트보다 가격은 최대 15% 저렴한 편이다.

 롯데도 2012년 롯데마트 금천점을 리모델링해 창고형 할인점 ‘빅(VIC)마켓’ 1호점으로 선보인 뒤 지금까지 5개의 매장을 냈다. 트레이더스가 비회원제를 고집하고 있으나 빅마켓은 코스트코와 같은 유료 회원제로 운영된다.

심재우 기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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