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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딱 2% 부족하다고 믿는 그에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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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이상언
사회부문 차장

카운터블로를 맞고 쓰러지더라도 더 파고들었어야 했다. 10㎝가량 더 긴 팔을 가진 플로이드 메이웨더를 매니 파퀴아오가 이기려면 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아드레날린 분비를 촉진시키는 제대로 된 격돌은 4회뿐이었다. 그에게서 승리를 열망하는 진정성을 느낄 수 없었다. 그는 시합 뒤에 “훈련 중에 왼쪽 어깨를 다친 상태였다”고 변명했다. ‘세기의 대결’에 대한 기대는 애당초 허망한 것이었다.

 싱겁게 끝나기는 지난 9일 치러진 영국 총선도 마찬가지였다. 인기가 시들시들한 보수당과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노동당을 압도했다. 당선 의원 수 331대 232. 보수당은 23년 만에 단독으로 하원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노동당 원로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주간지에 보낸 기고문에 ‘노동당은 온정과 보살핌뿐만 아니라 꿈과 열망을 위한 당이 되어야 한다’고 썼다. 노동자 계급에 대한 보호만 외치다 그 계급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미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이들이 원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뜻이다.

 최근 36년 동안 영국 총선에서 승리를 이끈 유일한 노동당 총리인 그는 2010년에 낸 회고록 『하나의 여정(A Journey)』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그들(운동권 출신 동료 의원들)은 민중을 위한다고 하면서 정작 민중을 이해하지는 못한다. …사람들은 어느 정도 가난에서 벗어나면 가족들이 조금 더 근사하게 사는 것을 바라고 자식들이 자신보다는 더 잘사는 것을 염원하게 된다’(42∼43쪽). 노동당이 노조 보호와 사회보장에 매몰되면 중산층을 꿈꾸는 노동자 계급으로부터도 외면당한다는 경고였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2월 8일 전당대회에서 “흩어진 48%를 다시 모으겠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가겠다. 다시는 1∼2%가 모자라 눈물을 흘리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외쳤다. 그는 지난 대선 득표율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3.6%포인트 뒤졌다. 상대의 표 중에서 1.9%만 가져왔어도 승리할 수 있었다. 50대에서 37%대 63%로 압도당하지만 않았어도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다.

 이 수치만 보면 그가 왜 공무원연금 개혁의 축소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로의 인상을 고집하고 있는지 짐작이 된다. 퇴직이 멀지 않은, 연금에 민감한 50대 공략을 위한 얄팍한 전술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식의 ‘산수’로는 2%를 더 얻기는커녕 48%를 지키기도 힘들다. 국민의 꿈과 열망을 위한 큰 싸움을 해야 한다.

이상언 사회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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