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신년 정국을 대결로 얼룩지게 할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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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새해 정국은 어둡고 갑갑하다. 열린우리당은 사학법 개정안을 강행처리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 30일에는 반쪽 국회로 예산안 등을 강행 처리했다. 한나라당은 사학법 개정안에 반대해 장외투쟁을 계속하겠다고 한다. 정치권이 새해를 맞으면서도 싸움판 정치를 청산하기는커녕 증폭시키고 있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대로 가다간 5월의 지방선거, 내년 12월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어 나라 전체가 정치의 광풍에 휘말리면서 향후 2년간 경제와 민생이 외면당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여야 정치권은 우선 새해 아침을 희망과 화해가 아닌 극한 대결의 어수선한 분위기로 시작한 데 대해 깊이 반성해야 한다. 특히 집권 여당이자 원내 제1당인 열린우리당의 책임이 크다. 정국 운영의 1차 책임이 있는 여당이 사학법을 힘으로 밀어붙이고 반쪽 국회를 여는 등 대결구도를 유도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탈한 지지세력의 재결집, 전당대회를 앞둔 주도권 선점 등 정치적 목적이 없었다면 그런 무리수를 둘 리 없다. 군사정권 시절에도 예산안만은 날치기하지 않은 것은 그것을 의회민주주의의 마지막 상징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의정사상 처음으로 제1야당의 불참 속에 예산안을 처리한 대가는 여당에 부메랑으로 돌아갈 것이다.

야당 없이 처리했다는 예산안을 보라. 여당 의원들은 민원성 사업 예산을 정부안보다 2200억원이나 증액시키지 않았는가. 야당이 없는 틈에 동네잔치를 벌인 꼴이다. 그러고도 "우리의 존재를 과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자화자찬이나 하고 있으니 오만하고 염치도 없다.

한나라당도 언제까지나 장외투쟁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 당내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고, 또는 지방선거에서 지지세력을 확고히 잡아두기 위해 장외투쟁을 계속한다면 여당과 다를 바 없다. 여당의 사과와 문책을 전제로 국회에 복귀하는 게 옳다.

정치의 해가 시작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경제가 정치논리에 좌우되지 않을까 국민은 걱정하고 있다. 대화와 타협, 상생과 협력의 정치로 돌아가라.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으로 경쟁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