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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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리나라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한결같은 소감이 있었다. 『이제 고생은 끝났읍니다.』
금메달리스트의 경우 국민체육진흥재단에서 월60만원의 연금을 받는다. 은은 30만원, 동은 20만원. 여기에 각 소속 연맹의 보상금이 얼마씩 플러스 된다. 레슬링 메달리스트는 연금과 똑같은 액수.
가령 금메달리스트에게는 합계 1백20만원이 돌아간다. 물론 종신까지.
그 밖의 분야의 메달리스트들은 20만원, 30만원씩의 연맹보조비를 받는다.
생각 나름으론 그것으로 『고생이 끝났다』고 말하기엔 좀 미흡하다.
어느 선수의 가족은 『팔자 고치게 되었다』고 했지만, 그 기준엔 더욱 멀다.
체육계에선 연금을 인플레와 슬라이딩(연동)시키는 문제도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레슬링 금메달리스트의 경우 중류생활은 보장되는 셈이다. 아마추어 선수에게『돈은 무슨 돈이냐』고 할지도 모른다. 천만의 말씀이다.
미국의 경우 금메달쯤 되면 그야말로 팔자를 고칠 만 하다. 우선 광고 스폰서들이 내놓는 돈이 어마어마하다. 밀리어네어(백만장자)는 시간문체다. 티 셔츠 입고 사진 한번 찍어주는데 얼마, 신발에 얼마, 그 유명 얼굴 한번 내밀고 시범게임 한번 하는데 얼마, 이런 식이다. 3차 산업이 발달한 나라에선 능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아마추어정신을 신조로 삼는 IOC조차도 요즘은 다소의 「프러페셔널」 외도에 눈을 감는다. 그렇지 않고는 스포츠를 진흥시킬 수 없다는 배려인 것 같다.
일본은 구기의 경우 대부분이 직장에 소속되어 있어 선수들은 생활안정을 보장받을 수 있다. 올림픽 메달을 받으면 자동으로 승급된다.
남미 같은 곳에선 나라가 스폰서다. 국비로 선수들의 생활 걱정을 덜어준다.
공산권은 더 말할 나위 없다. 메달리스트들에겐 국가훈장을 주어 그에 따른 연금이 지급된다.
미국은 가령 복서들은 프러모터들이 나서서 모든 비용을 댄다. 메달리스트가 되면 프로 전향에 의한 흥행을 보장한다. 어느 경우든 세계 수준의 스포츠선수를 그 사회나 국가가 보호해 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우선 그만한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땀과 눈물과 피의 역정을 생각하면 누군가가 그것을 보상해주어야 한다. 더구나 그는 개인의 영예에 그치지 않고 나라의 영예까지도 빛낸 용사다. 전양에서 싸운 공로와 다를 바 없다.
스포츠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전문가들이 그에 걸맞은 생활안정과 명예를 누리는 것은 그 사회의 미덕으로 길러질 만한 일이다. 그야말로 그 사회의 잠재력을 축적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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