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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진쥔 주북한 대사 “중국·북한은 순치상의 우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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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리진쥔

북한과 중국의 특수관계를 대변하던 표현인 ‘순치상의(脣齒相依)’가 중국 당국자의 공식 발언에서 재등장했다. 순치상의는 같은 뜻의 ‘순망치한(脣亡齒寒)’보다 중국인들이 더 자주 쓰는 표현으로 시진핑(習近平) 체제 출범 이후 북·중 관계가 냉각된 최근 2∼3년간엔 찾아볼 수 없었던 표현이다.

 리진쥔 주북한 중국대사는 지난 6일 양형섭 북한 최고인민회의 부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과 조선은 산과 물이 서로 이어진 순치상의의 우방”이라며 “양국 우호관계의 발전은 중국 당과 정부의 흔들림 없는(堅定不移)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11일 “최근 리진쥔 대사가 북한의 주요 인사들을 활발하게 접촉하면서 전통적 우호관계를 강조하고 있다”며 “리 대사의 행보와 발언을 유심히 분석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리 대사는 양 부위원장 외에도 이용남 대외경제상, 이길성 외무성 부상 등 북한의 주요 당국자들과 잇따라 만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리 대사가 북한 당국자들에게 북·중 간의 전통적 우호관계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신화통신의 분석에 따르면 리 대사는 3월 말 신임장을 제정한 이래 한 달여 동안 공식 발언에서 ‘전통 우호’와 ‘흔들림 없는 방침’이란 표현을 최소 4차례 이상 사용했다. 또 ‘운명공동체’와 ‘구동존이’란 단어도 양국 관계의 키워드로 2차례 이상 사용했다. 신화통신은 구동존이에 대해 “북핵 문제 등 일부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이 있는데 이를 인정하는 것이 실속 있는 방법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초”란 해석을 담았다.

 문제는 리 대사의 이런 발언과 외교 행보에 어떤 메시지가 담겨 있느냐는 점이다. 신화통신은 “신임 대사는 종종 본국의 최신 정책을 갖고 부임한다”며 리 대사가 전통 우호관계의 복원이란 메시지를 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베이징의 한 북·중 관계 소식통은 “리 대사가 관계개선의 신호를 전하라는 임무를 갖고 부임한 것으로 안다”며 “중국의 외교 패턴으로 볼 때 고위층 교류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교수는 “관계개선을 꾀하다 보니 (관계가) 좋았던 시절의 용어를 다 동원한 것 아니겠느냐”며 ‘순치상의’에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리 대사가 부임 초기여서 외부 접촉이 많은 것이고 전통우의를 강조한 발언도 외교수사로 볼 수 있다”며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긴 이르다는 견해도 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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