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장에 신기남 의원 누나 낙점 '정치적 입김'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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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에 오를 때부터 공연예술계의 거센 반발을 샀던 신선희(辛仙姬.60.사진)씨가 결국 신임 국립극장장에 낙점됐다. 신씨는 열린우리당 당의장을 지낸 신기남(辛基南.53) 의원의 누나다.

문화관광부는 29일 "올 연말로 임기가 만료되는 김명곤 국립극장장 후임에 신선희 전 서울예술단 이사장을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11월 말로 예정됐던 것보다 한 달이나 늦은 인선이다.

문화관광부는 "공개모집 결과 일곱 명이 후보에 응모했고, 공연 예술계 전문가로 구성된 추천위원회의 검증 절차를 거쳐 후보자를 좁히느라 선임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문광부는 "신 신임 극장장은 1998년부터 7년여 동안 서울예술단 이사장 겸 총감독을 맡아 이론과 실무에 능통하다. 이념과 계파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화계의 시선은 싸늘하다. 문화 관련 시민단체인 문화연대 이원재 공동사무처장은 "선임되기 전부터 객관적으로 문제가 됐던 신씨를 그대로 임명한 것은 현 정부의 후퇴한 문화정책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두 가지다. 하나는 발표가 한 달이나 지연되면서 임명 과정에 정치적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다. 또 하나는 국가 대표 예술기관장으로서 적합한 자질을 갖추었느냐는 점이다.

문화연대는 이미 이달 중순 논평을 내고 신씨의 극장장 선임에 공개적으로 반대한 바 있다. "국립극장장 인선에 정치적 개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신씨는 개혁적 성과를 이어 가기에 너무 먼 인물"이라는 요지였다.

곧이어 20일엔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김상수씨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국회의원 남동생을 두었다는 이유만으로 공연예술 기구 경영에 아무런 객관적 실적도 없던 이가 갑자기 국립극장장까지 맡는 것은 새로운 연좌제"라고 꼬집었다.

자질 시비도 끊임없이 일었다. 문화연대는 "신씨는 서울예술단 이사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매년 공공기금 44억원을 쓰면서도 예술적 성취와 경영이 부진했고, 세 차례 연임 과정에서 계속 잡음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국립극장 내부에서도 실망하는 분위기다. 한 직원은 "최종 후보자로 거론된 세 명의 인사 중에서도 최악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신씨는 이화여대 영문학과를 나와 무대미술가로 활동하면서 서울예술대 교수, 한국무대예술아카데미 교수 등을 거쳤다. 한편 신씨가 물러난 서울예술단 이사장 자리엔 정재왈(鄭在曰.41) LG아트센터 운영부장이 선임됐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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