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 일 외교분쟁으로 번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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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중국은 29일 일본이 상하이 주재 일본 총영사관 직원 자살 사건을 뒤늦게 들춰낸 것에 대해 "악질적인 행위"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친강(秦剛.사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자살 사건은 1년 전에 발생한 것으로 이미 (조사를 거쳐) 결론이 난 것"이라며 "(일본이) 아무 근거 없이 고의적으로 이를 문제 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친 대변인은 또 "이를 새삼 문제 삼는 것은 별도의 음모가 있는 것으로 본다"며 "우리는 중국의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손상시키려고 하는 일본의 악질적인 행위에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본 역시 강경한 입장이다. 일본 외무성의 가토리 요시노리(鹿取克章) 외무보도관(대변인)은 28일 기자회견에서 "중국 측 공안당국 관계자가 빈 조약에 반하는 유감스러운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감스러운 행위'의 구체적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영사관 직원의 신체.자유.존엄에 대한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해야 하는 빈 조약을 중국 측이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기밀 유출을 강요하는 행위가 있었다는 발언이다. 일본 정부가 사건 직후부터 최근까지 중국 측에 여러 차례 항의하고 또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가 명확한 입장 표명을 거부해 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 총영사관 직원 자살 사건은 중.일 관계를 한층 악화시키는 외교 분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문제의 총영사관 직원이 자살한 것은 지난해 5월. 그러나 요미우리 신문 등 일부 일본 언론들은 사건 발생 1년 반 만인 최근 "정보 요원으로 추정되는 중국 남성으로부터 사생활과 관련된 협박과 함께 외교 기밀 유출 요구를 받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고 보도해 중.일 관계에 커다란 파문을 던졌다.

한편 요미우리 신문은 "(정보 요원으로 보이는) 중국 남성이 자살한 총영사관 직원에게 중.일 간 분쟁 지역인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등에 관련된 일본 정부의 대책 등 각종 기밀 사항을 알려주도록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29일 보도했다. 자신의 신분을 '공안(경찰)'이라고 밝힌 이 기관원은 영사관 직원에게 "당신이 알고 지내는 중국인 여성이 위법행위를 하고 있으며, 당신도 처벌받거나 강제송환될 수 있다"고 협박했다는 것이다.

베이징=유광종.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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