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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인기 고공행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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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지지 열기가 집권 말기에 접어들어서도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보리스 옐친 대통령에 의해 발탁돼 2000년 크렘린에 입성한 푸틴은 당초 전임자의 꼭두각시에 그칠 것이라던 일부의 관측을 깨고 강력하고 유능한 지도자로 급부상했다. 이대로 가면 내년 초 실시될 대통령 선거 승리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라크 전쟁 과정에서 프랑스가 이끄는 반전 진영에 참여, 목소리를 높였던 그는 지난 23일부터 열리고 있는 상트 페테르부르크 건설 3백주년 기념 행사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등 세계 43개국 정상들을 초청해 정상외교를 펼침으로써 세계 지도자로서의 면모도 한껏 과시하고 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그의 고향이기도 하다.

푸틴 대통령은 집권 이후 줄곧 70% 이상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해 왔다. 올해 초 조사에선 80%를 넘어서기도 했다.

러시아의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ROMIR가 이달 중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주요 정책들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34%가 '긍정적', 43%가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답해 77%가 지지를 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21%에 불과했다.

푸틴이 이처럼 인기를 누리는 것은 무엇보다 집권 이후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는 경제 사정이 가장 큰 이유다. 세계적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2000년 이후 5% 이상의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인플레.환율.주가 등 각종 경제지표들도 '파란불'이다. 여기에는 1999년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고유가 추세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석유는 러시아 전체 수출의 30%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달러 수입원이다. 유가 상승이 위기에 처한 러시아 경제에 '가뭄의 단비'가 된 것이다.

푸틴의 강력한 리더십과 그에 따른 정치적 안정도 그의 인기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우유부단한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병약하고 술에 찌든 옐친 대통령의 리더십 공백으로 야기된 사회적.경제적 혼란에 진절머리를 내고 있던 국민들은 젊고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춘 푸틴 대통령에게 강한 매력을 느끼고 있다.

외교 정책의 성공도 푸틴의 인기를 떠받치고 있다. 세계 초강국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투자 유치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프랑스와 함께 이라크전 반대 진영을 이끌어 러시아의 위상을 높이기도 했다.

유철종 기자

<사진 설명 전문>
28일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담에 앞서 2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후진타오 중국 주석(왼쪽부터) 등이 담소하고 있다. 상하이협력기구는 러시아와 중국 및 4개 중앙아시아 국가들로 구성된 경제협력체다. [모스크바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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