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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영화] 동화 속 감동이 밀려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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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면

*** 올리버 트위스트(사진 左)

주연 : 벤 킹슬리·바니 클라크
장르 : 드라마
등급: 12세

20자평 : 산업화의 그늘에서 고통받는 어린이들을 기억하자

*** 나니아 연대기(사진 右)

주연 :윌리엄 모슬리·조지 헨리·틸다 스윈튼
장르 : 판타지
등급 : 전체
홈페이지 : (www.narniamovie.co.kr)

20자평: 어린이들을 위한 중세 기독교적인 동화

겨울방학이 시작했다. 요즘 어린이들은 방학에도 학원이다 뭐다 해서 쉴 틈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모처럼 시간을 내 가족이 함께 영화를 보며 나들이를 즐기면 어떨까. 그러나 문제는 최근 극장가에 어린이들이 편하게 볼 만한 영화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대개 12세나 15세 관람가 등급이기 때문이다. 부모나 보호자와 같이 가면 극장에 들어갈 수는 있지만 왠지 기분이 개운하지가 않다.

29일 개봉한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감독 앤드루 애덤슨)은 요즘 보기 드문 전체관람가 등급의 영화다. 폭력적이거나 잔인한 장면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신비한 마법의 세계를 다루고 있어 방학용 어린이 영화로는 제격이다. 자막을 불편하게 생각한다면 우리말 녹음을 선택할 수도 있다.

'나니아…'은 영국의 C S 루이스가 쓴 7권짜리 소설 중 두 번째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것이다. 한국에선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미권에서는 어린이들의 필독서로 꼽히는 책이다. 영화는 이미 12월 초 미국과 영국에서 개봉해 첫주는 흥행 1위, 둘째 주는 2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런던에 살던 어린 네 남매는 독일군의 공습이 심해지자 시골로 피신한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우연히 마법의 옷장 속으로 들어간다. 겉으로는 여느 옷장과 다름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마법의 세계인 나니아와 현실세계를 연결해 주는 매개체였다.

처음 아이들이 발견한 나니아는 끝없는 겨울의 세상이다. '나니아의 여왕'을 자처하는 하얀 마녀가 나니아를 영원히 지배하기 위해 봄을 없애버렸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나니아로 들어온 사실을 알게 된 마녀는 곧 아이들을 뒤쫓는다. 아이들이 왕좌에 올라 나니아에 평화가 찾아온다는 예언이 이뤄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마녀와 그의 충실한 부하 늑대들에게 쫓기던 아이들은 천신만고 끝에 '아슬란'을 만나 구원을 받는다. 사자의 모습을 한 아슬란은 나니아에 봄을 가져오며 마녀의 지배를 끝장낸다. 그는 기독교의 구세주 예수와 닮은 존재다. 죄인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죽음의 길로 걸어가지만 위대한 마법의 힘으로 부활해 마녀의 군대를 무찌르기 때문이다.

영화에는 아슬란 외에도 기독교적인 상징이 매우 풍부하다. 선과 악, 마녀와 구세주, 겨울과 봄, 어둠과 빛 등 기독교적인 이분법이 자주 사용된다. 왕의 권위나 기사의 용맹 등을 강조하는 부분에서는 중세적인 세계관도 가득하다. 그 때문에 아슬란과 아이들이 건설한 왕국은 중세 기독교의 이상향처럼 보인다. 그러나 직접적으로 기독교를 언급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기독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영화를 보기에는 큰 무리가 없다.

볼거리가 많은 것도 이 영화의 특징이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파우누스.미노타우로스.켄타우로스 등 이름도 희한한 존재들이 사실적으로 표현돼 있다. 사자 아슬란을 비롯한 늑대.여우 등 동물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물론 컴퓨터 그래픽으로 표현한 것이지만 실제 동물을 보는 듯 생생한 느낌을 준다.

한편 같은 날 개봉한 '올리버 트위스트'(감독 로만 폴란스키)도 가족이 함께 보기에 적당한 영화다. 12세 관람가이고, 서울 낙원동 필름포럼(옛 허리우드 극장)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영국의 찰스 디킨스가 쓴 유명한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올리버라는 불쌍한 고아소년을 통해 가난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 영화의 배경은 산업혁명이 한창이던 19세기 영국 사회이지만 가난 때문에 고통받는 어린이들은 21세기를 사는 우리 곁에도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올리버는 자상하고 선량한 신사를 만나 행복한 삶을 꾸리게 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아이들이 더 많을 것이란 점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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