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거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동네 놀이터에서 여섯살쯤 돼 보이는 한 남자애가 시종 혼자 그네를 독점하고는 그만 타고 넘겨달라고 사정하는 또래의 다른애들을 떠다밀고 있다
짐작이지만 평소 옳고 그름을 지적해주고 가르치기보다 「개구장이 녀석」 이라며 가볍게 흘려버리는 부모밑에서 자란 아이일것 같다
요즈음 아이들 중엔 개구장이가 많다. 듣기좋게 표현하니까 그렇지, 실은 지나치게 짖궂은 장난을 하는, 이를테면 버릇이 없고 도덕의식이 미약한 아이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개구장이라도 좋으니 튼튼하게만 자라다오』라는 광고문을 무슨 가정교육의지표처럼 읊조리면서 개구장이 짓을 더 권장하는 듯한 부모들도 적지 않다.
특별 음식을 해도 옛날엔 웃어른이 먼저 드셨는데 요즈음은 아이들이 먼저다 따뜻한 잠자리도 아이들차지다. 어느 집이나 의식주가 온통 아이들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지난 어린이날, 딸애가 눈을뜨자마자 괜스레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자기들 날이니까 당연히 선물도 받고 좋은 구경도 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내일 모레는 어버이날이다. 그날 엄마가 너에게 뭘 바라는 얼굴로 앉아있으면 좋겠니?』하고 꾸중한 일이 있다.
미운 자식에겐 떡 하나, 예쁜 자식에겐 매 한대라는 옛말을 상기해본다. 어린이들에게 떡을 줄 때와 매를 줄 때를 잘 가리는것이 우리 어른들의 할 일이고, 바로 그것이 어린이들을 곧게 자라게 하는 양분일것같다.<서울 은평구 녹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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