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과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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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리나라의 여자농구팀이 중공을 물리친 그 감격의 순간에 박찬숙도, 김화순도, 모든 선수가 펑펑 울었다.
조승연 감독도 중년의 나이를 잊고 눈물을 흘렸다.
스탠드에서 응원하던 한국선수단의 임원들이야 어디 예외였겠는가. 그들만이 아니다.
정신없이 전화통으로 달려가 급전을 보내야하는 기자들도 한동안 일을 잊고 있었고 어느기자는 소리내어 엉엉 울기까지했다.
흔히 스포츠에선 드러마틱하게 승부가 엮어졌을 때, 마치 생명의 불이 꺼지려는 위기에 기적같이 그 불꽃이 다시 일때처럼 감격의 울움이 북받쳐 오르기 일쑤다.
어제 한국여자농구의 승전보가 던진 환희와 감격도 이를테면 그런 경우다.
한때 아시아무대를 휘젓던 한국의 낭자군이었지만 10억인구의 거인 중공이 세계스포츠계에 두각을 나타내면서 우리 여자농구는 키2m15㎝의 여걸(진월방)을 가진 중공팀에 지난 2년간 4차례의 수모를 겪어야만했다.
그만큼 우리 여자선수들의 가슴엔 한이 서려 있었다.
여자 농구 사상 첫 은메달이라는 어떤 계산이나 실리보다도 이와같은 감정적 바탕이 눈물을 흘리게 한 직접적 동기라고 해야할 것 같다.
우리는 국제 스포츠무대에 나선 한국선수들이 눈물을 잘 흘린다는 얘기를 잘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한국선수들의 감정표출은 매우 소극적인 편이다.
지난 2일 첫 금메달을 따낸 순간의 김원기선수(레슬링)의 표정은 너무 담담했다.
시종 가슴 죄다가 환호하는 임원이나 교민들의 흥분을 무안케 할 정도여서 이를 지켜본 기자들이 오히려 당황했다.
이와는 달리 올림픽은 차라리 눈물의 제전이라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중공이나 일본선수의 경우야 그 희소성 때문에 당연하다 하더라도 금메달을 힙쓸다시피 하고있는 미국선수들조차 시상대에 오르기만하면 눈물을 글썽인다.
그들은 제나라 국가의·연주속에 의연히 솟아오르는 국기를 보며 『개인적인 영광 이상의큰 충동을 받는다』고 한결같이 말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현장은 『올림픽대회는 개인간의 경기일 뿐 국가대항이 아니다라고 규정짓고 있으나 국가가 연주되는 가운데 게양되는 국기를 바라보며 느끼는 그 감격을 누가 나무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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