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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클릭 … 클릭 … 접수하고도 안심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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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대입 정시모집 원서접수 마지막 날이었던 28일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자가 한꺼번에 몰려 서버가 4시간가량 마비됐다. 이에 따라 대부분 대학은 마감 시한을 하루 늦췄다. 중앙대·고려대가 29일 낮 12시, 대구대가 오후 5시로 마감 시한을 연장했다는 공고를 한 수험생이 인터넷에서 확인하고 있다. 대구=조문규 기자

28일 낮 12시→오후 5시→29일 낮 12시. 연세대.서강대 등 대부분 대학이 28일 정시모집 원서접수 마감시간을 두 차례나 늦췄다. 이화여대도 오후 3시에서 7시로, 다시 29일 낮 12시로 연장했다. 일부 대학은 부랴부랴 e-메일이나 팩스로 원서를 받아야 했다.

사상 처음으로 대학이 무더기로 원서접수 마감시간을 연장하는 일이 벌어졌다. 인터넷 원서접수 시스템 서버가 다운됐기 때문이다. 한양대 입학홍보팀 안종길 계장은 "4년째 인터넷으로만 접수해 왔는데 오늘 같은 혼란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 오전부터 서버 마비=28일 오전 9시40분쯤 각 대학 홈페이지에 연결된 원서접수 대행 사이트에 수험생이 대거 몰리면서 인터넷 사용 속도가 느려지다가 급기야 다운됐다. 원서접수 대행 사이트 4개 가운데 유웨이.어플라이뱅크.어플라이114의 서버가 연쇄적으로 마비되자 혼란은 극에 달했다.

접수를 시키지 못한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발을 동동 굴렀고 대학 측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포털 사이트에는 "인터넷 원서접수 5시간째다. 그런데 1개만 넣었을 뿐이다. 그것마저 결제가 안 됐다"거나 "대학 입학처와 접수대행사 전화는 불통이다. 도대체 피 말려 죽일 작정이냐"는 하소연들로 넘쳐났다. 이들 업체는 낮 12시40분쯤 서버를 두 배 이상 증설하는 등 긴급 복구에 나섰으나 수험생이 워낙 많이 몰려 상황이 오후 늦게까지 쉽게 개선되지 않았다.

◆ 혼란스러운 접수 현장=상황이 심각해지자 교육인적자원부가 나섰다. 교육부는 각 대학에 이날 오전 마감시간을 오후 5시로 늦추도록 권고했다가 오후 3시쯤 다시 하루 더 연장하도록 했다. "수험생들이 불이익을 당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00여 곳의 대학이 마감 시간을 늦췄다. 일부 대학에선 '편법' 접수도 이뤄졌다. 충북대와 우송대 등은 팩스로도 원서를 받았고 서원대는 e-메일 접수도 허용했다. 경성대는 급히 교내에 접수 창구를 마련하기도 했다.

일부 대학이지만 소동을 비켜간 곳도 있다. 포항공대와 서울시립대는 예정대로 끝냈다. 포항공대는 방문접수를 원칙으로 하고 있고, 서울시립대는 인터넷 접수를 27일까지만 받았기 때문이었다.

◆ "올해 유독 막판에 많이 몰렸다"=수험생들이 극심한 '눈치작전'을 편 것도 서버 다운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양대 최재훈 입학처장은 "올해엔 탐구영역 점수가 과목별로 너무 달라 눈치작전이 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안종길 계장은 "고교 교사들이 '믿을 건 경쟁률뿐'이라고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유웨이 측은 "보통 회원 가입을 미리 한 상태에서 마지막 날 원서를 내곤 했는데 올해엔 유독 마지막 날 회원 가입이 몰렸다"고 얘기했다.

미리 접수한 수험생의 불만도 폭발했다. 경희대 관계자는 "한 시간 다운됐으면 한 시간만 연장하라는 학생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학교까지 찾아와 원서접수를 취소해 달라고 요청한 학생도 있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한편 연세대의 이날 오전 10시 경쟁률은 2.4 대 1, 고려대의 낮 12시30분 경쟁률은 2.87 대 1이었다. 최종 경쟁률은 5 대 1쯤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접수를 마감한 포항공대의 경우 3.51 대 1, 경희대는 7.52 대 1.

고정애 기자, 전국 종합<ockham@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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