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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후메로스」의 명작 『일리아스』 에 레술링 시합이 등장한다. 트로이 전장에서 전사한 그리스명장「파트로글로스」 장례식 기념 시합. 거인 「아이아스」와 상승장군 「오뒷세우스」의 대결이었다.
상품은 세발 달린 큰 솔. 시가로 소(우) 열두 필의 값이었다. 패자에겐 재색이 뛰어난 여자. 소 네 필 값이라고 한다.
천하의 명장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엎치락뒤치락, 시합은 불을 뿜었다.
땀이 흐르는 것은 물론 갈비뼈대와 어깨에 피맺힌 자국이 하나둘씩 늘어갔다. 싸움이 얼마나 격렬했는지 알 수 있다.
상당한 시간이 지났지만 승부는 나지 않았다. 「아킬레스」장군은 보다못해 무승부를 선언하고 만다.
이런 시합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시대부터 벌써 성행했던 모양이다. 상대선수의 양 어깨가 지면에 닿을때 승부가 결정되는 이른바 「폴」승의 룰을 최초로 만든 사람도 고대 그리스의 전설적 영웅 「테세우스」였다.
고대에 가장 유명했던 선수는 크로톤의 「밀로」. 그는 32승의 기록을 세웠다. 그 가운데 6승은 고대올림픽에서의 기록이었다. 이때만 해도 레슬링은 「인간투우」의 게임으로 잔인하고 처절했다.
레술링이 스포츠 종목으로 자리잡은 것은 16세기. 유럽 각 국의 군인들이 게임을 갖기 시작했다. 16세기 영국 국왕 「헨리」 8세와 프랑스국왕 「프랑스와」1세의 레슬링대결은 유명한 얘기다.
경기 스타일은 「프리 스타일」과 「그레코 로만 스타일」이 있다. 경기가 어렵기로는 그레고 로만 스타일 쪽이다. 체력이 첫째 조건이다. 상체만을 이용하는 이 경기는 기술 못지 않게 힘으로 버텨야 한다.
레슬링이 국제적인 경기로 각광을 받은 것은 근대올림픽 때부터다. 제1회 아테네대회때 레슬링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그러나 레슬링은 인류의 문화와 염원을 같이하고 있다. 달리기, 던지기 다음으로 생긴 스포츠다.
우리나라도 테크닉은 다르지만 일찌기 씨름판이 있었다. 단순, 소박한 경기 같지만 요즘은 그 기법도 많이 개발되었다. 우리 한민족의 근육과 핏속엔 레슬링의 맥락이 흐르고 있었던 셈이다.
22세의 가난한 시골청년, 이름도 얼굴도 낮선 김원기군이 올림픽 레슬링경기장에서 본고장의 선수와 대결, 그레코 로만 스타일의 금메달을 따낸 것은 의외일수 없다.
그의 숨은 각고 노력은 더 한층 우리의 눈물겨운 감격을 자아낸다.
그보다 더한 인간드라마와 인간승리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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