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나무 10억 그루 심는 ‘테라시아’로 황사 줄일 수 있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26호 07면

몽골에서 자주 발생하는 거센 모래먼지 폭풍. 가축을 찾던 유목민이 목숨을 잃기도 한다. [푸른아시아]

지난 6일 서울 등 수도권과 강원도에 옅은 황사가 발생할 것으로 기상청은 예보했다. 다행히 황사가 북한으로 치우쳐 지나간 덕분에 서울 등에서는 황사 먼지 농도가 치솟지 않았다. 하지만 올 들어 서울에서 황사가 관측된 날이 모두 15일이나 된다. 1~5월만 따지면 2001년(관측일수 25일) 이후 14년 만에 가장 많다. 연간 황사 관측일수와 비교해도 2001년(27일) 다음으로 역대 2위다. 황사 발원지에 무슨 일이 생겼기에 올봄 황사가 이처럼 잦은 것인지, 대책은 없는지를 7일 푸른아시아 오기출(54사진) 사무총장을 만나 들어봤다. 그는 지난달 29~30일 서울에서 열린 기후변화 대응 아시아시민사회 콘퍼런스에서 황폐화된 아시아의 땅을 살리자며 ‘테라시아(TerrAsia) 네트워크’를 직접 제안했다. 푸른아시아는 2000년부터 16년째 몽골에서 나무를 심고 있는 시민단체다.

사막화와 싸우는 ‘푸른아시아’ 오기출 사무총장

-‘테라시아 네트워크’를 만들자고 제안했는데 어떻게 추진할 계획인가.
“테라시아는 땅을 의미하는 테라(Terra)와 아시아(Asia)를 결합한 말이다. 10억 그루의 나무를 심고 마을 숲 형태로 가꿔 황폐화된 아시아의 땅을 살리자는 의미다. 아시아의 황사나 토지 황폐화 문제는 어느 한 나라가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황사에는 국경이 없다. 10년 전 아프리카와 유럽의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가 테라프리카(TerrAfrica)를 만든 것을 보고 2007년부터 다듬어왔다. 아시아에서는 이번 콘퍼런스에 참가했던 아시아 20개국의 시민·종교단체가 먼저 시작하고 정부·국제기구·기업 등이 동참하는 방식으로 추진할 생각이다. 기후변화와 식량,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신 정보와 아이디어, 모범사례, 자원을 함께 나누자는 것이다. 인천 송도에 사무국이 있는 유엔 녹색기후기금(GCF)이 기금의 절반을 기후변화 적응 부분에 할애할 계획이라고 한다. 선진국이 내는 GCF의 기금 지원을 결정할 때 현장에서 일하는 지역 주민과 시민사회단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

-2000년부터 진행 중인 몽골 나무심기 사업의 성과를 소개해 달라.
“다음달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세계 엑스포와 겸해 열리는 ‘사막화 방지의 날(6월 17일)’ 행사 때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에서 주는 ‘생명의 토지상(Land for Life Award)’ 중 최우수상을 받는다. 몽골 정부와 유엔개발계획(UNDP) 몽골사무소가 추천한 덕분이다. 그동안 몽골에서 여섯 개 지역 500㏊에 5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고, 이를 통해 2800여 가구의 1만4400여 명이 경제적 혜택을 본 것으로 평가됐다. 생태마을 형태로, 마을 숲을 가꾸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했고 과일나무 재배로 주민 소득증대와 연결시킨 덕분이다. 숲으로 둘러싸인 마을에서는 모래먼지 폭풍이 거의 사라졌다.”

-몽골에 나무를 심게 된 계기는.
“1999년 한·중일·대만·몽골 5개국 시민단체 심포지엄에서 동북아 최대의 위기는 황사와 사막화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자체 해결이 어려운 몽골에 나무심기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회비와 후원금, 공적개발원조(ODA) 자금, 인천·경남·수원·고양 등 지방자치단체와의 공동사업 예산 등으로 연간 15억원을 몽골에, 5억원을 미얀마 조림에 투자하고 있다. 초기에는 시행착오도 겪었다. 처음 3년간 심은 나무는 다 죽었다. 사막화 원인이 급격한 기후변화 탓인 것을 몰랐다. 또 2006년까지는 나무를 돌보는 주민들에게 월급을 줬는데, 그런 방식으로는 우리가 떠나면 숲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후 주민 스스로가 가꾸는 마을 숲 개념을 도입했다.”

-사막에 나무를 심더라도 결국은 물이 부족해 지속할 수 없을 것이란 비판도 있다.
“영구동토층이 녹아 사막이 된 곳은 강수량의 100~1000%가 증발한다. 내린 것보다 증발이 더 많다는 얘기다. 하지만 방풍림과 방사림(防砂林)이 자라면 풀도 80~90㎝까지 성장한다. 풀이 자라면 내리는 빗물을 붙잡아 둔다. 표토층(top soil)이 형성되고 수분이 저장되는 등 선순환 고리가 시작된다. 지하수를 꺼내 나무에 물을 주지만 200~300m 깊이에 있는 흘러가는 심층 지하수를 쓴다.”

-한반도의 황사는 주로 몽골이나 중국 네이멍구 쪽에서 불어온다. 최근 황사가 잦아진 특별한 이유가 있나.
“지난겨울 몽골 황사 발원지에 눈이 거의 내리지 않았다. 보통 30~40㎝ 쌓이는데 1㎝ 정도밖에 쌓이지 않았고 내린 눈도 녹아버렸다. 기온도 평년보다 10도가량 높았다.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황사가 잦아질 뿐만 아니라 강력한 ‘수퍼 황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 91년 몽골에서 모래먼지 폭풍 발생일이 10일 정도였는데 2009년에는 48일로 20년 만에 다섯 배로 늘었다.”

-몽골에서 황사가 잦아진 근본 원인은.
“90년대 초 몽골 국토 중 사막화된 면적이 46%였는데 2010년에는 78% 이상으로 늘었다. 몽골의 강 784개와 호수 1166개가 말라버렸다.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지고 사유재산이 인정되면서 과도한 방목이 사막화를 가져왔다. 2000만 마리였던 가축이 5400만 마리로 늘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기후변화다. 사막화 원인의 70%는 기후변화가, 20~25%는 과도한 방목이, 5% 정도가 광산개발 탓이라고 보면 된다. 몽골의 연평균 기온은 지난 60년 동안 2.1도 상승했다. 온난화로 영구동토층이 80% 줄면서 사막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여름철에도 땅속 2m 아래에는 얼음이 나오는 게 영구동토층이고, 호수와 강에 물을 공급했지만 이게 사라진 거다.”

-미얀마에서도 조림 사업을 하고 있다고 했는데 그곳에서도 사막화가 심각한가.
“미얀마는 방글라데시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기후변화 피해를 가장 심하게 겪는 나라다. 1~7위의 나라가 모두 아시아에 있다. 미얀마에서는 2008년 사이클론 나르기스(Nargis)로 인해 13만 명 이상이 사망·실종됐다. 중부 미얀마 지역은 사막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남쪽 정글지대에서 생긴 구름이 중부지방을 건너뛰고 북쪽으로 가 비를 뿌린다. 중부지방은 30년 전에는 연평균 강수량이 2500㎜였으나 이젠 650㎜로 줄었다. 기후변화로 몬순(우기)이 40일이나 준 데다 주민들이 조리용 땔감으로 나무를 베어낸 탓이다. 땔감을 80% 줄일 수 있는 고효율의 조리용 스토브 보급이 시급하다. 푸른아시아에서는 2013년부터 마을 숲 방식으로 연료림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오기출 1998년부터 푸른아시아 사무총장을 맡고 있으며 유엔 지구환경기금(GEF) 한국시민단체 파트너다. 2011년 경남 창원에서 열린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당사국총회에서 시민사회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을,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기후변화 대응 아시아시민사회 콘퍼런스 한국조직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nvirep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