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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신비에 싸인 파리의 「차이나타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행복하게 살려면 숨어살아라"
파리의 차이나타운. 최근 몇년새 새 명소로 떠오른 파리의 중국인촌은 프랑스 사람들에게 있어 하나의 경리이다.
그들의 상식을 뛰어넘는 급속한 번창도 그러러니와 차이나타운을 둘러싼 「신비」가 없지않은 까닭이다.
중국계 동남아인 2만여명이 몰려있는 13구의 슈와지 이브리 마세나가 일대가 바로 「센강가의 홍콩」으로 불리는 차이나타운이다.
이 지역은 어느새 프랑스인들이 말끔히 밀려나고 중국인들이 경영하는 1백여개의 식당, 50여개의 식품점, 17개의 보석상·기타보험 회사·여행사·푸줏간·이 미용원들이 꽉 들어차 성업중이다.
개중에는 건평 1천평방m가 넘는 「진씨형제」란 대형 슈퍼마켓, 한꺼번에 5백명의 손님을 받을 수 있는「올림피아드」란 초대형 식당도 있다.
중국 무술영화 전문상영의 2개의 영화관, 3개의 차이나타운 신문사가 있고 은밀한 사우나탕과 도박장까지 있다.
차이나타운의 상인들이 취급하는 상품은 주로 홍콩·대만·싱가포르·태국에서 들여오나 간장·국수·만두 등 일부 식료품은 이들이 세운 대규모 공장에서 직접 생산된다.
세계의 주요 대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차이나 타운이란게 없었던 파리에 이런 중국인촌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75년 이후 베트남·캄푸체아·라오스 등의 동남아 난민들이 몰러 들면서부터다.
내무성 통계론 75년 이후 동남아 3국의 난민 중 프랑스입국자가 8만 5천명이며 요즘도 매달 6백명 정도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자리를 잡은 곳이 지금의 차이나타운으로 몇 년새 이 지역의 고층아파트와 상점들이 중국인 특유의 상술과 근면으로 몽땅 이들 차지가 됐다.
그리고 뒤늦게 상륙한 일부 보트 피플들이 아직 자리를 못 잡고 고생하고 있으나 대체로 이곳 주민들은 언제 난민이었더냐는 듯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으며 프랑스인들조차 타기 힘든 벤츠 등 고급 승용차를 굴리며 여유를 구가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금괴 등 처음부터 막대한 재산을 싸들고 들어온 몇몇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프랑스까지 오느라 빈털터리가 된 난민들이 대부분인 차이나타운의 이 같은 고도성장(?)은 프랑스인들에게 여간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마약밀매·도박·강탈·매춘 등이 차이나타운의 자금원이란 소리가 꼬리를 물지만 그 어느것 하나 확인된 일은 없다.
이들의 사업 밑천 출처보다도 더 이곳 경찰당국이 의아해하는 것은 차이나타운에서의 사망신고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주민들의 연령분포로 보아 매년 자연사만도 3O명이상이 나와야 하는데 1년에 한 두명의 사망신고가 고작이다.
13구의 시장이 이들의 사망실태 조사를 파리 검찰청에 의뢰하기까지 했었으나 의혹은 지금도 풀리지 않고 있다.
비싸게 먹히는 매장비를 아끼느라 비밀 화장장에서 화장한다는 말도 있으나 추측일 뿐이다.
사자의 체류허가증을 밀입국자에게 빼돌린다는 소문도 있다.
차이나타운에선 범죄신고도 없다.
모든 문제를 자체 처리하기 때문에 경찰이 끼어들 틈이 없다.
이곳 행정당국자들이 『관청도 모르는 사이에 그만 차이나타운이 생겨버렸다』고 실소하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비밀엄수. 『행복하게 살려면 숨어살아야 한다』는게 차이나타운의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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