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어루만지는 어린 아이의 부드러운 손을 느껴요. 감미롭게 다가오는 빗소리같이, 매달릴 기둥을 찾는 나팔꽃같이. 아이의 손은 저를 필요로 하고 있어요. 하얀 얼굴은 마치 풍선처럼 터질 듯 아슬아슬 이쁘고, 아이의 피부 촉감은 말할 수 없는 기쁨을 줍니다. 조금 열어놓은 창에서 시원한 빗방울이 휘날려 듭니다. 산다는 건 좋은 거구나, 새삼 뇌까립니다.
나는 쓸쓸하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이에 따른 불안감이 사라지는 건 악수했을 때, 친구와 끌어안을 때, 연인과 키스했을 때의 그 따뜻한 촉감이 아닐까요? 꽃잎과 나뭇잎 풀잎의 촉감도 삼삼합니다. 손과 손이 닿는 향기로움, 손가락을 통해 전해오는 황홀. 그 은밀한 아름다움.
미켈란젤로의 그림 '천지창조'가 생각납니다. 손과 손이 닿으면 그렇게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거겠죠. 오늘처럼 비올 때 와이퍼가 유리창을 닦듯 가까운 누군가 슬퍼 눈물을 흘릴 때 당신의 손이 필요합니다. 지순한 마음으로 지금 그의 손을 살며시 잡아주세요.
신현림 <시인.사진가>시인.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