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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모델 홍진경, 김치업체 사장으로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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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김치 업체 사장으로 변신한 수퍼모델 홍진경(28.사진)씨가 경영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그가 7월부터 홈쇼핑과 인터넷에서 팔고 있는 김치의 브랜드는 '더김치(the kimchi)'다. 더김치는 CJ홈쇼핑이 올해 선정한 10대 히트상품에 올랐다.

또 이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식품 중 올 하반기에 판매 2등을 기록했다. 한달 평균 10억원 상당의 김치가 팔렸다. '중국 김치 파동' 등 으로 얼어 붙은 포장김치 시장에서 일군 실적이다. 중소 식품업체 사장으로 일하며 달라진 점을 물었다.

그는 "세상에 쉬운 일이 하나도 없더라"는 말로 입을 뗐다. 멋모르고 김치 장사에 뛰어들었다가 신고식을 톡톡히 치뤘다고 한다. 제품 출시 초기 인터넷 홈페이지(www.thekimchi.co.kr)에 올라 오는 항의 글때문에 곤욕을 치뤘다. 사장이 연예인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엉뚱한 관심도 적지 않았다. 홍 사장은 "인터넷에 답변 글을 다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았다"며 "출시 초기에 사활을 걸고 브랜드 이미지를 지켜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 차를 타고 고객들의 집으로 찾아다녔다. 소비자의 불만을 직접 듣고 해결하기 위해서다. 원주.포항.부산 등 전국을 누볐다. 분당의 한 소비자를 찾아갔을 때 문전에서 김치 봉투로 머리를 얻어 맞기도 했다. 그는 "초반에 힘들었지만 열성으로 소비자들을 찾아 다니자 악성 게시물도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유통망도 홍 사장 본인이 직접 뚫었다. 7월 김치 봉투를 들고 홈쇼핑 회사에 갔다. 당시 홈쇼핑과 인터넷에서는 연예인이 내놓은 의류 브랜드가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홈쇼핑 담당 바이어는 "왜 모델 출신이 김치 장사를 하냐"고 물었다. 홍 사장은 그 자리에서 김치 포장을 뜯어서 맛을 보여주며 바이어의 마음을 움직였다.

홍 사장은 올해 중순 생산공장이 있는 경기도 안성 인근으로 집을 옮겼다. 어머니 김민정(54)씨와 공장에 출퇴근하며 생산 과정을 살피기위해서다. 그는 "음식 안에 날파리나 작은 돌이라도 들어가면 끝장이라고 생각했다"며 "생산공장에는 금속탐지기와 실내 포장 시설을 갖추도록 했다"고 밝혔다.

김치 재료도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직접 골랐다. 더김치의 값은 일반 포장 김치보다 30%가량 비싸다. 홍 사장은 "품질에 자신이 있었기에 김치 파동 당시에도 두다리 쭉 뻗고 잤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치 파동이 한창이던 10월에도 더김치는 연일 동이 났다.

그의 사업영역은 김치에 그치지 않고 있다. 이달 중순 만두 브랜드 '더만두'를 출시했고 내년에는 문구 브랜드 '더문구'와 주방용품 브랜드 '더키친'도 내놓을 계획이다. 이달 초 법인 등록도 마쳤다. 회사명은 홍 사장의 이름을 따서 '주식회사 홍진경'으로 지었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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