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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비 적어 판교보다 분양가 쌀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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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05만 평 규모의 송파신도시가 들어설 서울 송파구 거여동 일대. 중앙 오른편은 군부대 시설이며 아래는 남성대골프장이다. 멀리 거여·마천동의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가 보인다. [연합뉴스]

정부가 27일 밝힌 송파신도시 개발 방안은 부자.서민.군인이 함께 사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다른 신도시보다 중대형과 임대주택 비율을 높이고, 땅을 내주는 군을 위해 군 복지타운을 조성키로 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뜻한 대로 강남 주택 수요를 일부 분산시키겠지만 임대주택이 너무 많아 '제2의 강남'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주택 수는 당초 계획한 5만 가구에서 4만6000가구로 4000가구 줄어들긴 했으나 밀도는 여전히 높다.

그러나 송파신도시는 입지여건과 평형 구성에서 강남 집값을 안정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가 많다.

◆ 분양가 낮아질 듯=송파신도시의 중대형(25.7평 초과) 주택은 48%를 차지한다. 1기 신도시 중 중대형이 가장 많은 평촌(44.2%)보다 비율이 높다.

임대주택 비중은 신도시 중 가장 높은 52%다. 예정지 일대 168만 평의 그린벨트를 푸는 명분이 바로 서민주택 공급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사회적 혼합 차원에서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섞어 지을 방침이다. 서민과 부자가 어울려 살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인위적인 사회 계층 섞기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송파신도시의 아파트 분양가는 판교신도시보다 낮게 책정될 전망이다. 송파신도시는 국.공유지(169만 평, 82.4%)가 대부분이어서 토지수용 비용이 많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토지 조성원가는 판교(평당 734만원)보다는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송파신도시 적정 수용 인구는 11만5000명이다. 인구밀도는 ha당 172명, 용적률 200%로 판교(ha당 86명)보다 밀도가 높다.

교통 대책도 마련됐다. 동서축으로는 헌릉~우남로 고가차도를 신설하고 헌릉~우남로 3㎞ 구간을 8차로로 확장키로 했다. 고속도로에서 신도시 진.출입이 쉽도록 송파IC를 개선키로 했다. 남북 축은 세곡동 네거리~수서역 2.6㎞ 구간의 8차로 확장, 탄천변도로의 연결도로 개선 등이 검토되고 있다.

신도시 인근 지하철 노선과의 연계를 위해 지하철 8호선 복정역과 산성역 사이에 역사를 신설하고 사업지 안에는 4.1㎞의 노면전철 또는 경전철을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 땅 내놓고 보상받는 군=육군종합행정학교(95만 평), 특전사(65만 평), 남성대골프장(27만 평), 국군체육부대(12만 평) 터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정부는 '고향을 잃었다'며 보상을 요구하는 군에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남성대골프장을 개발하는 대신 2008년 미군에서 돌려받는 성남골프장과 수도권 내 새로운 골프장 부지를 제공키로 했다. 남성대골프장은 1981년 10월 18홀 규모로 개장했고 91년 7월 퍼블릭 골프장(9홀)이 문을 열었다.

송파신도시 내 복지타운은 27만 평 규모로 군 자녀 기숙사, 골프연습장 등이 들어선다. 임대아파트 5000가구가 군인 임대용으로 공급된다. 군부대 이전지와 이전비용도 송파신도시 분양대금에서 지급된다.

◆ 강남 공급 부족에 '단비'=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수요가 넘치는 지역에 주택을 지어야지 다른 지역은 공급효과가 반감된다"며 "다소 외곽이긴 해도 강남권으로 볼 수 있는 지역이어서 강남 수요를 분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만6000가구의 송파신도시는 판교 신도시 2만9000여 가구와 함께 주택 공급 부족에 허덕이는 강남지역에 '단비'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건축 규제로 강남지역 안에서 공급을 확대하기는 어렵고, 강남 수요 분산을 노린 강북지역 개발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판교에서 내년 3월과 8월에 걸쳐 분양된 아파트에 입주할 무렵 송파신도시에서 또 다시 분양이 시작되기 때문에 강남권 아파트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점친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기존 강남의 문화 등에 익숙한 거주자가 신도시로 옮기는 경우는 많지 않겠지만 송파 신도시는 가격에선 강남보다 저렴하고 생활여건은 큰 차이가 없어 강남으로 옮기려는 수요는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벨트 지역에 들어서 주거환경이 쾌적하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중대형 평형 임대가 전체 중대형 평형 가구수의 3분의 1인 6000가구에 이르러 강남지역 전세난 완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송파신도시의 임대 물량이 전체 공급량의 절반이지만 국민임대 규모인 전용 18평 이하는 1만2900가구에 불과해 다른 국민임대단지와 다르다.

송파신도시 개발로 인근 거여.마천뉴타운 개발, 잠실 일대 재건축 등과 맞물려 강남권의 주변지역인 송파구가 중심지로 발돋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RE멤버스 고종완 사장은 "전통적인 강남 요지인 강남구 중심의 강남권이 강남.송파구로 이원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귀식.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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