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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가술술] 미국 명문대에 가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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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미국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크게 늘고 있다. 미국 명문 대학에서 공부하는 것은 많은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준비하는 것이 어렵고 그 과정 또한 힘들다. 그간 지도 경험을 바탕으로 몇 가지 조언을 하고자 한다.

먼저 미국 대학 입학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것을 준비해야 한다. 2002년 미국 대학위원회(College Board)의 조사에 따르면 1841개의 4년제 대학이 입시에서 '아주 중요하거나''중요한' 요소로 생각하고 있는 건 ①내신성적(전체 대학의 93%) ②SAT 등의 공인시험 점수(87%) ③교사 및 카운슬러 추천서(49%) ④입학원서 에세이(42%) ⑤인터뷰(34%) ⑥교과 외 활동(extracurricular activities, 30%) 등 여섯 가지다. 이 중 내신과 SAT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기본적인 요소다. 나머지는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합격선에 걸쳐 있는 경우 당락을 좌우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 대학 준비는 재학 중인 고교의 학업을 충실히, 성공적으로 하는데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흔히 SAT 점수를 우선시하기 쉬운데, 미국 대학들은 내신 성적을 더 높이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3년간 성취도뿐만 아니라 충실도를 평가하는 경우도 있다. 1학년 성적보다 2학년과 3학년 1학기 성적이 중요하다.

SAT 성적은 물론 높으면 높을수록 좋다. 대학 입장에서 보면 전 세계에서 온 수많은 지원자를 평가할 수 있는 유일한 객관적 자료가 바로 SATⅠ, 즉 SAT 사고력 시험(reasoning test) 점수다. 학부 수학 능력과도 관련성이 높은 영역이기도 하다. 올해 바뀐 SAT에서 우리나라 학생이 특히 어려움을 느끼는 분야가 비판적 읽기(critical reading)다. 과거 언어 영역(verbal section)과 달리 풍부한 독서량을 바탕으로 한 종합적인 언어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1학년 때부터 SAT 준비에 전적으로 매진하기보다 폭넓고 다양한 독서를 통해 풍부한 배경 지식과 비판적 사고력을 키워 가는 게 좋다. 많이 읽고 깊이 생각하며 비판적으로 글을 써보는 훈련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SAT는 여러 번 응시할 수 있다. 하지만 충분히 준비한 뒤 두 번 정도 보는 게 적당하다. '연습 삼아'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SATⅡ, 즉 SAT 과목별 시험(subject tests)은 자신 있는 과목 위주로 두 과목 정도 준비한다. 많은 대학이 수학(math), 가능하면 수학 2C 성적이 포함되길 기대한다.

지원할 때 내는 에세이는 매우 중요하다. 유학반 학생들을 지도할 때 마지막까지 검토하는 게 바로 에세이기도 하다. 대학은 에세이를 통해 입학 원서에 있는 점수나 학생의 중요 이력의 이면을 들여다보길 원한다. 교과 외 다양한 활동을 통해 성장하거나 변화된 인성적 성숙도를 파악하기도 한다. 에세이는 또 지원자의 논리적 사고력과 작문 표현력을 평가하는 효과적 방법이기도 하다. 따라서 에세이를 통해 자신의 특별한 관심과 경험, 가치관 등을 잘 담아내는 게 필요하다.

다양하고 적극적인 교과 외 활동도 꾸준히 해야 한다. 미국 대학은 학업 우수자만 원하는 게 아니다. 그간 경험한 바에 따르면 학업적 성취도와 인성적 성숙도를 거의 같은 정도로 중시한다. 명문 대학일수록 전 세계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을 균형 있게 선발하려 한다. 졸업 후 각자의 나라에서 리더로 기여할 수 있는 인재로 교육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지원자는 학업 면에서 우수할 뿐 아니라 타인과 사회를 이해하고 그 속에서 자신이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담당할 줄 알고, 나름의 개성을 발휘하며 리더로서의 자질 또한 훌륭히 키워왔음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예술 및 체육 관련 특기나 꾸준한 봉사, 자신의 관심 분야에 연관된 인턴십이나 클럽 등 활동, 그리고 리더십을 키우는 활동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이런 활동이 단순한 실적 쌓기에 머물러선 안 된다. 자신감.협조성.타인에 대한 배려.리더십.정서적 안정성 등 인성적으로 성숙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는 미국 대학이 추천서에서 학생의 인성적 특성을 평가해주길 요구하는 내용과 거의 일치하는 부분이다.

이렇듯 미국 대입은 우리와는 매우 다르다. 고교 3년간 세심하게 대비해야 한다. 학교 성적을 관리하면서 SAT 등 시험에 응시할 시기를 미리 정해 대비하고, 교과 외 활동에 대한 계획도 필요하다. 유용한 진학 정보를 얻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오흥빈 대원외고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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