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 인정하지만 선별기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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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대체복무제를 권고한 국가인권위의 결정을 둘러싼 네티즌들의 찬반 논란이 뜨겁다. 인터넷 사이트의 토론방에 올라오는 글들의 대부분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 강하다.

우선 형평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이창훈(kef101)씨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로 인해 대다수 건전한 병역의무 이행자들의 상대적 허탈감을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고 지적했다. 자녀를 군대에 보낸 박찬수(pcs2635) 씨와 정용식 (chung1826)씨는 "혹한의 날씨에 국방의 의무를 다 하는 내 아들은 무엇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군대를 기피하기 위해 '양심적 병역거부'를 내세울 수도 있다는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선별할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ID가'alpintc98'인 네티즌은 "양심적 병역거부가 인정되면 여호와의 증인 신도수가 엄청 늘어나겠다"면서 "군대 가기 싫으면 그냥 자신의 양심이니 신념이니 들먹이면 되고 참 편하다"고 말했다.

leerotc이란 ID의 네티즌은 "지금 복무중인 군인들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한다면 받아들인 것인가"라고 덧붙였다.

대체복무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았다.

ID가'1xex3x4는'인 네티즌은 "국방의 의무라는 것은 예외가 없다라는 의미"라면서 "징집대상자 절반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한다면 어쩔꺼냐"며 대체복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alpintc98'란 네티즌은 "대체복무 제도도 제대로 만들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대체복무를 하겠다는 데 군대를 가는 것과 비교해서 누가 봐도 어떤 게 더 힘들고 어려운 지 안다"면서 "군대가는 사람이 역차별 당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대체복무의 강도가 세야한다는 주장도 많았다.

ID가'kal3140'란 네티즌은 "대체복무라고 내놓은 대안을 보면 너무 수월해서 많은 이들의 동의를 얻어내기 힘들다"면서 농촌에서 지내면서 일을 돕는 농촌봉사활동을 대안으로 내놨다.

이어 "지뢰 등 폭발물 제거나 해저 오염물 제거,유해.유독폐기물 처리활동,나환자나 전염병 환자 간병 등 평화와 공익 활동을 하도록 대체복무 영역을 지정하자"('88hannim')는 강경한 목소리도 있었다.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도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ID가 'snh8859'인 네티즌은 "군대 갔다온 사람은 비양심적이라서 삼년을 뺑뺑이치고 왔냐"면서 "양심적 병역거부가 아니라 '종교적 병역거부'"라는 입장을 밝혔다."자신의 의지로 병역을 거부하는 것인 만큼 자의적 병역거부"('majoki')라는 의견도 있었다.

심지어 "병역도 양심적으로 거부할 수 있다면 납세도 양심적으로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며 "난 양심적으로 세금을 내겠다"('serwaree')고 주장하는 네티즌도 있었다.

반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는 27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인권위의 결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인권위의 결정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둘러싼 논란에 원칙적인 해답을 제시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으며 그 동안 국가안보가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했던 관행을 바로잡는데 많은 기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대체복무제는 이미 수많은 나라에서 검증을 거친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라며 "국회는 지난 50년 간의 상처를 씻고 즉각적으로 관련 법안의 입법에 힘써야 한다"고 촉구했다.

온라인 상에서도 소수이기는 하지만 조중환(sea7)씨는 "총 안들고도 병역의 의무는 충분히 할 수 있다"(조중환.sea7) "헌법이 대체 복무를 인정하고 있으며 이번 결정은 권고일 뿐"(박진수.potra)이라며 인권위의 결정을 지지하는 네티즌의 목소리도 있었다.

디지털뉴스센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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