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이 백화점을 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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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편의점이 백화점을 인수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일본의 '세븐 앤드 아이 홀딩스'가 대형 백화점 업체 두 곳을 인수하며 세계 5위의 유통업체로 부상했다.

세븐 앤드 아이 홀딩스는 26일 세이부(西武).소고 백화점을 소유한 '밀레니엄 리테일링'의 지분 65.5%를 내년 1월31일 취득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매수 금액은 1311억엔이 될 전망이다. 세이부.소고의 매출액을 합하면 일본 백화점 업계에서 다카시마야(高島屋)에 이어 두번째 규모다.

이로써 세븐 앤드 아이 홀딩스는 편의점(세븐일레븐).수퍼(이토 요카도).백화점(세이부.소고) 등을 거느린 일본 최대의 종합 유통그룹으로 떠올랐다. 그동안 선두는 '이온 그룹'이 차지해 왔다.

세븐 앤드 아이는 또 세계적으로도 월마트.카르푸 등에 이어 매출액 규모면에서 5위의 유통그룹이 됐다.

세븐 앤드 아이는 현재 약 1만1000 점포에 달하는 편의점이 영업이익의 90%를 차지하고 있으나 이미 점포수나 수익성이 포화상태에 달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종합수퍼인 이토 요카도의 매출도 침체돼 있다.

또 앞으로 경기회복에 따라 편의점 보다는 백화점의 소비가 더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이 이번 인수의 배경이 됐다.

또 고급 상품을 취급하는 백화점의 브랜드 파워를 활용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토 요카도의 의류 부문을 보강하려는 목적도 있다. 세븐일레븐 편의점 매장을 통해 세이부.소고백화점의 명절 선물을 보내는 등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고급 지향 소비자 대상의 백화점 인수를 통해 소비자층을 크게 확대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일본의 유통업계에서는 긴 역사를 갖는 백화점이 뒤늦게 등장한 수퍼나 편의점에 넘어가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유통업계의 재편작업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조만간 유통업계의 업태간 구분이 없어질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또 최근 경영난에 빠진 대형 수퍼 세이유(西友)를 인수해 일 본 유통시장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는 미국의 월마트가 세븐 앤드 아이의 공격적 전략에 맞서 대형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전세계적으로 백화점.수퍼.편의점을 갖는 거대 그룹이 거의 없다는 점을 들어 백화점 매수를 통한 시너지 효과에 의문을 표시하는 목소리도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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