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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기초의원 선거구 나눠먹기식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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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중선거구제 도입에 따라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시.도별 획정위원회가 전국에 2인 366개, 3인 379개, 4인 161개의 선거구를 정한 것은 대체로 합리적이다. 문제는 광역의회에 조정권을 준 데서 비롯됐다. 각 의회는 앞다퉈 4인 선거구를 대폭 줄이거나 아예 없애고 2인 선거구를 늘렸다. 서울과 대구.인천.경기 등 4개 시.도는 4인 선거구를 모두 없앴다. 당초 안을 유지한 곳은 광주(4인 선거구 6곳) 한 곳뿐이다. 이 같은 획정안을 의결하는 광역의회 곳곳에서 몸싸움과 날치기가 횡횡했다.

광역의회와 대표성이 중복되고 선거비용도 많이 든다는 것이 선거구 분할의 명분이지만 그 내막은 정략적 성격이 짙다. 정당 중심의 투표 성향이 강한 우리 풍토에서 한 선거구 2인 선출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나눠먹기 구도가 될 공산이 크다. 여기에다 정당별 복수 공천까지 가능해 지역에 따라서는 특정 정당의 싹쓸이도 가능하게 된다. 민주노동당 등 소수 정당과 시민단체들이 선거구 분할에 강하게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선거구제는 지난 6월 공직선거법 개정에서 의원 유급제, 정당 공천제와 함께 도입됐다.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지방행정에 다양하고 참신한 인재를 참여시킨다는 취지다. 그러나 상황은 거꾸로 가고 있다. 이대로 가면 지방의회는 기존 정당과 지역 토호세력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크다. 지방의회 출마 희망자가 공천을 받기 위해 중앙 정치인에게 줄을 서는 부작용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 결국 지방정치는 철저하게 중앙에 예속될 수밖에 없다.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는 공직선거법을 이대로 두면 우리 지방자치의 미래는 암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