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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국회] 황우석 파문에서 나타난 인터넷 훌리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 한국판 오옴진리교가 된 노사모 문화--

이번의 황우석사태를 겪으며 사회가 큰 홍역을 치르게 된 일차적 원인은 황 교수팀이 <사이언스>지에 실은 논문의 거짓된 조작성과 그를 변명하기 위한 계속된 말바꾸기에 근거하고 있지만, 그 못지 않게 주요한 원인으로 인터넷 훌리건(hooligan) 문화를 들 수 있다. 축구 경기장의 훌리건처럼 인터넷 공론장을 야수처럼 휘젓고 다니며 선동과 언어폭력을 휘두르며 왜곡된 여론몰이를 주도한 반사회적 누리꾼문화의 등장인 것이다.

이들 인터넷 훌리건들로 인해 정상적인 민주적 토론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방해받으며 여론이 왜곡되기 시작했고, 과격화, 광기화되었으며 급기야는 황교수 논문의 윤리문제와 진위를 따지려는 비판적 언론사에 광고중단 압력을 행사하여 언론자유를 심대하게 파괴하는 전대미문의 사태로 발전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황 교수팀의 논문조작 사건과 관련된 의혹은 어쩌면 비교적 조용하게 순리적으로 해결될 수 있었던 일이 애국과 매국의 이분법적 충돌 속에 뜨거워진 국론분열 양상으로 발전하면서 증폭되었고 국제적 관심도 더 고조되었다. 하지만 황교수를 지지하는 인터넷 훌리건들의 뜻과는 상반되게 황교수의 논문조작 진위문제는 오히려 더 급진전되며 황교수의 몰락을 재촉하는 역설적 결과를 낳았다.

빠돌이 집단광기 문화의 등장

소위 ‘황빠’라 불리는 황우석 교수 성원자들은 황 교수에 대한 맹목적 지지가 넘쳐 광기로 비판받을 정도의 열렬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마치 황 교수가 인류의 난치병을 치료하기 위한 지고지순의 성자라도 되는 양 열광적 지지를 보내주었다. 가히 종교적 열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추앙되었고 이것은 곧 바로 신성화, 신격화, 우상화 현상을 만들며 사회적 광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난치병 치료에 대한 기적을 바라는 소망스런 생각과 첨단 생명공학에서의 엄청난 국부창출이라는 돈중심적 사고가 연결되다보니 한국인이면 그 누구도 비판하지 못하는 애국적 성역이 구축된 것이다. 불치병 환자를 치료한다는 지고지순한 인도주의적 명분이 거대한 국부창출이란 실리와 혼합복식조를 이루다보니 이 환상적 명분의 잘잘못을 그 누구든 비판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서 일부 지지자들은 황교수 찬가를 부르며 각종의 외국견제론, 종교음모론, 시샘론, 첨단기술유출론 등을 유포하며 비판자를 매국노로 매도하고 욕설 등의 언어테러를 일삼으니 일반 누리꾼은 비판적 정보를 접할 수 없게 되어 성역화, 우상화 현상은 더욱 강화되고 왜곡된 정보와 지식은 더욱 왜곡되는 악순환을 거듭한 것이다.

누리꾼들의 선의와 열광적 성원이 사회적 순기능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사회를 위협하는 공해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자신들의 생각을 민주적으로 표출하고 또 지지하는 사람을 열렬하게 성원하는 것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겠으나 이것이 지나쳐 타인의 행동을 억제하려 들고, 남의 민주적 권리를 박해하고 파괴하기 위해 각종 욕으로 언어적 테러를 하는 등의 파시즘적 광기의 모습을 보여주게 되면서 인터넷 훌리건이라는 반사회적 공해가 된 것이다.

냉전 분단 환경에서 적과 아군이란 이분법 속에 비판자를 ‘이적 행위자’ ‘매국노’ ‘공공의 적’ 등으로 라벨링하며 매도하고 때려잡았던 냉전시대의 극우 파시즘적 광기가 이번의 황우석 파동에서 그대로 재현된 것이다. 이번에 유행했던 애국-매국 충돌 이면에는 냉전 분단 현실에서 성장한 극우 파시즘이라는 이데올로기적 매카니즘이 있었던 것이다.

국가적 스타가 된 한 과학자에 대한 성원자 지지모임이 몇몇 선동가들의 선동에 의해 인터넷 훌리건으로 변질되면서 사회를 왜곡시키고 야만화시키는 동력이 된 것이다. 부풀려진 환상과 왜곡된 국익 이데올로기에 현혹되어 특정인들의 반사회적 사기행각에 이용되는 희생양이 되었던 것이다. 국민의 90% 가까이 확산된 것으로 알려진 왜곡된 애국주의 여론몰이는 민주적인 인터넷 토론문화를 파괴했을 뿐만 아니라 진실을 탄압하고 언론자유를 파괴하는 반사회적 광기로 작동했던 것이다. 인터넷훌리건들은 몇 년전 일본사회에 등장하여 사회적 공포를 초래한 오움진리교도들의 행동처럼 공공을 대상으로 한 반사회적 테러를 한 것이다.

집단 광기의 이면

이번의 황우석파동은 통신혁명이라 할 수 있는 인터넷을 통해 다수의 군중이 쉽게 결집되어 엄청난 파괴력을 과시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장기간의 불황과 영웅을 상실한 시대의 희망없는 사회에서 정-언-인터넷이 불륜적 결합을 하여 부풀려진 환상을 군중들에게 심으며 ‘큰바위얼굴’이 조작되었던 것이다.

여론조작을 반세기가 넘도록 업으로 해온 조중동의 주류언론과 한건주의를 지향하는 가벼운 정부 및 파당적 이해관계에 매몰된 신진 주류 인터넷 매체가 불륜적 결합을 하며 집단광기를 조장한 싸구려 신파 드라마였던 것이다.

이번 드라마에서 주된 역할을 했던 것은 사회의 변화에 맞추어 주류 종이언론사가 아니고 참여정부 출범이후 전성기를 구가하는 주류 인터넷매체와 황금박쥐로 명명된 잘 나가는 정부관료들이었다. 그 틈바구니를 교묘하게 넘나들며 이익을 구현한 것이 황교수팀이라 할 수 있다. 실적에 목말라 하는 참여정부의 아마추어리즘을 꿰뚫어보며 외국의 저명한 권위지의 맹점을 이용하여 겉멋만 낼줄 알았지 사실상 무지한 정부를 기만한 사건이었던 것이다. 조중동의 언론은 이번 신파극에서 아류적 역할을 했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구조하에서 여론조작과 관련하여 주목되는 부분은 친여 인터넷 매체의 역할이다. 진실과 정론이라는 본연의 사회적 임무보다는 친정부라는 파당적 의식에 매몰되어 반사회적 사기사건을 옹호하는 파당적 논리를 재생 유포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반사회적 논리생산의 주된 공장역할을 하며 조중동보다 더 한 황빠찬가를 불러댔던 것이 친여 인터넷 매체였던 것이다. 이들은 논문조작사건이 일부 노출된 이후에도 끊임없이 조작사건을 옹호하는 논리를 보급할 정도로 파당성이 강했다. 주류 언론을 독극물로 표현했던 그 정치인의 입이 바로 또 다른 독극물인 것처럼, 조중동이란 보수적 언론을 욕하며 성장한 그 언론이 바로 또 다른 조중동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아이러브황우석 카페가 전국민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이면에는 이런 신진 주류 언론의 파당적 이해관계 구조가 숨어 있는 것이다.

이들 친여매체 역시 황우석 신드롬과 같이 노무현대통령에 대한 우상화, 신성화, 신격화는 궤를 같이 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지지자들에게 무비판의 동조를 강요하는 성격을 공유하고 있다. 자신들이 지지하는 국가적 스타에 대한 비판은 정당한 것이든 혹은 부당한 것이든 무차별적으로 거부하는 가운에 행여 황교수 논문조작이 사실일 경우 처하게 될 정부의 불리함만을 고민하면서 국민을 현혹하는 왜곡된 여론몰이를 한 것이다. 국민을 생각하기 보다는 파당적 이해관계를 먼저 고려하며 판단해오던 관행을 잘 보여준 것이다. 그래서 자신들이 오류에 빠지는 것은 물론 지지하는 사람들도 함께 오류에 빠뜨리며 사회의 왜곡과 광기에 앞장선 것이다. 참여정부의 대표적 개혁인으로 알려져 있는 유시민 의원이 방송사의 언론자유가 심대하게 위협받는 상황에서 언론자유를 옹호하기는커녕 오히려 논문조작을 한 황교수를 편들며 방송사를 위협하는 황빠 지지 발언을 한 것도 이러한 파당성에 기인한 것이다.

친여 인터넷매체에 의한 왜곡된 여론몰이는 이번 사태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인터넷이란 혁명적 통신망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며 여론왜곡에 앞장섰던 것이다. 친여 인터넷매체는 다수의 인터넷 논객들의 말빨과 결합하여 엄청난 수의 정신적 클론을 생산하게 되고 이런 클론(clone 복재인간)은 자가발전하여 또 다른 하위의 클론을 재생산하는 다단계 구조를 이루며 사회적 광풍을 조성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열광한 클론들은 인터넷 공론장에서 황교수에 비판적인 사람들에게 각종 악플을 달고 욕설을 하며 여론을 왜곡시키기 위한 테러를 하는 인터넷훌리건이 된 것이다. 과거 일본의 오옴진리 교도들이 공공의 지하철에 죽음의 사린가스를 뿌리듯이 이번의 일부 황빠들이 인터넷 공론장에 각종의 악플과 욕을 쏟아내는 테러를 한 것이다.

무책임한 집단 광기

이번 사태에서 인터넷 훌리건들이 엄청난 반사회적 광기를 표출하며 사회적 물의를 불러일으켰지만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나 집단은 없다. 인터넷의 익명성과 함께 광기몰이의 책임성 역시 익명성의 장막뒤에 숨어 은폐되는 무책임한 모순구조를 노정한 것이다. 다행히 이번 사건에서는 황우석 카페의 운영자와 서프라이즈라는 매체의 두드러진 모습이 노출되어 어느 정도 사회적 책임을 면하기는 힘들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인터넷 공론과정에서 오옴진리교처럼 벌였던 황빠 집단의 인터넷 테러 행위는 거론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언론사 광고중단 선동사태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한 언론사가 입었던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피해에 대해 책임져야 할 당사자는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가 결국 황교수팀의 세계를 상대로 한 논문사기로 판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특종보도를 한 셈이 된 피디수첩과 엠비씨 방송사가 여론의 눈치를 보는 형국인 것이다. 엄청난 파괴력의 후유즘은 크지만 그러한 사태를 초래한 당사자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으로 연결되지는 않는 것이다.

방황하는 군중심리와 아노미적 광기

이번의 인터넷 훌리건 광기에 이용당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반사회적 광기의 주체가 되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인정하지도 않고 있다. 어떻게 정신상태가 멀쩡한 자신들이 인터넷훌리건이라는 반사회적 광기의 일원이 되었음을 인정할 수 있겠는가? 그들은 멀쩡한 사람이고 평범한 시민이었으며 오히려 애국심과 인도주의 정신에 불탔던 선량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서구사회 스포츠 경기장의 훌리건들 역시 경기가 시작되기 전이나 그 이후에는 평범한 일상의 시민들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인터넷 훌리건들 역시 평범한 일상인들이다. 자신들의 정상적인 삶이 있고 또 정상적 판단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다만 일부 선동가들의 혹세무민하는 선동에 현혹되어 사회적 광기에 일시적으로 동참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러한 선동이 하나의 거대한 사회적 물결을 이룬 다음에는 그 자체 관성의 힘으로 사회의 그 누구도 제어하기 힘든 파괴력을 가지고 흘러갔을 뿐이다. 결국 그러한 파괴력은 거대 언론사 방송프로그램을 중단시키고 방송사의 존속을 위협할 정도로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며 오옴진리교처럼 반사회적 광풍이 되었던 것이다.

집단 광기의 서식처 노사모 문화

일부에서 ‘황빠들의 반란’으로 명명되기도 했던 황빠들의 왜곡된 애국주의 광풍은 노빠 집단과 깊은 연관이 있다. 대체로 황빠=노빠라고 등치시켜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첩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황빠의 중심에는 YTN 기조실장을 지난 윤태일을 중심으로 한 아이러브황우석 카페(cafe.daum.net/ilovehws)가 있었지만, 지지공론을 확산시킨 또 다른 핵은 바로 노빠들의 집단 서식처라 알려져 있는 인터넷매체 ‘서프라이즈’였던 것이다.

국민을 놀라게 한 충격적 사건을 조장하고 동조하는 반사회적 논리의 큰 서식처가 바로 노사모를 큰 축으로 하는 ‘서프라이즈’라는 친여 인터넷 매체였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좋은 정치, 개혁 정치를 지향하는 공론장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 오히려 반사회적 왜곡 논리를 확대시키는 서식지였다라는 점은 엽기적 공포물을 보는 것과 같은 전율을 안겨주는 일이다.

집단광기의 정치적 뿌리 노사모

황빠현상이라는 집단광기 문화의 근원은 바로 연예인 펜클럽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스타 펜클럽 현상은 정치영역으로 확대되며 노사모를 탄생시키고 참여정부를 탄생시킨 주 동력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노사모 현상을 그 뿌리로 하고 있는 정치인 펜클럽 현상은 특정의 국가적 스타를 매개로 한 영웅만들기 현상에 이입되어 변질되면서 집단광기와 인터넷훌리건 현상을 초래했다.

연예인 펜클럽은 단순히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타에 대해 열광하고 좋아하는 것으로 끝나 약간의 시끄러움 외에는 사회적으로 별로 문제될 것이 없는데 반해, 정치적 펜클럽은 그렇지 않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정치는 국민들의 명운을 결정하는 중요한 일인데, 특정 정치적 스타에 대한 종교적 열정의 지지는 자칫 지도자에 대한 무비판적 맹종과 비판자에 대한 거친 공격성향의 발현으로 사회적 공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의 황빠들의 인터넷훌리건 사태에서 잘 노출된 바와 같이 자신들이 성원하는 국가적 스타에 대한 긍정적인 지지의사 표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요구하고 논문진위의 검증을 요구하는 사회의 정당한 목소리에 대해 파시즘적 언어폭력으로 대응하는 반민주적, 반사회적 행태를 보여주는 것이다. 펜클럽 성격의 긍정적 기능이 없어지고 인터넷 훌리건으로서의 변질된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경기를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기를 망치는 반사회적 역할을 한 것이다.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일부 선동가들에 의해 주도되는 인터넷 선동정치의 동력으로 이용되며 결과적으로 사회적 왜곡과 야만화에 앞장선 것이다.

인터넷 문화는 참여하는 개개인들이 파편화되어 있기에 일부 언변좋은 선동정치가들의 선동에 지극히 취약하다. 명색이 집권당이라는 열린우리당이 십 수명의 인터넷 낭인들에 의해 게시판 여론이 주도된다는 기사를 보면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정치는 조금만 왜곡해도 전혀 다르게 변질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인권이라는 좋은 진보적 주제가 부시 대통령에 의해 잘못 사용되면 전쟁을 위한 명분으로 되는 것이 정치현실의 모습인 것이다.

이번의 사건은 참여정부 출범이후 사회적으로 중요해진 노사모집단과 문화가 절제되지 않고 일부 선동가들에 의해 잘못 추동되면 사회적 공해가 될 수 있음을 잘 보여주었다. 이번 사태에서 노사모 집단에서 가장 개혁적인 것으로 알려진 유시민 의원이 황빠대열에 합류하여 방송사 탄압을 비호하는 비아냥 강연을 하여 물의를 일으킨 것은 그 좋은 예가 된다. 노사모 집단을 정신적으로 이끄는 그 자신이 이해관계에 매몰되어 잘못된 판단을 할 뿐더러 믿고 따르는 지지자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었던 것이다.

이번 사태는 거의 모든 한국인들에게 피해를 안겨준 충격적 사건이다. 그 한가운데는 인터넷 훌리건 문화가 있었다. 국가적 우울증에 걸렸다는 외신보도와 같이 전국민을 우울하게 만든 이러한 불행한 사태에 개혁지향적이라는 노빠 집단이 대거 유입된 것은 슬픈 현실이다. 관련 당사자들은 왜 이런 역설적 현상이 나타났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여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깊이 반성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디지털국회 김기대]

(이 글은 인터넷 중앙일보에 게시된 회원의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중앙일보의 논조와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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