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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올림픽 앞으로 15일<3>|로스앤젤레스=본사올림픽특별취재반|가슴 부푼 한인사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로스앤젤레스올림픽 개최일자가 성큼 다가서자 LA의 30만 한인사회는 서서히 기대와 흥분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환영 대한민국 올림픽 선수단!』이라고 쓴 현수막이 여기저기 내 걸리고 민속공연 등 한국을 소개하는 문화행사가 연일 열려 그 열기는 더해가고 있다.
더욱이 소련·동독 등 공산권이 불참, 한국선수들의 메달 획득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LA올림픽에 거는 LA한인교포들의 기대는 한층 부풀고있다.
기대가 큰 만큼 올림픽선수단을 맞는 손길은 더욱 바빠져 여기저기서 선수단환영준비와 올림픽을 대비한 사전활동이 활발히 진행되고있다.
특히 「우리 타운은 우리의 손으로 깨끗이 하자」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작년 여름부터 시작된 한인사회의 거리 청소운동은 이제 LA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거시적인 운동으로 번졌다.
곳곳에 환영현수막
보험회사 직원인 「캐롤린·무어」씨는 『나는 미국인이며 LA시민입니다. 올림픽이 내 고장에서 열린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뿌듯이 느낀답니다』며 미국인들은 휴일인 매주 토요일을 거리청소로 보낼 예정이라고 가슴을 펴 보였다.
LA한인들의 청소손질은 한인타운 중심가인 올림픽 가뿐만 아니라 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인 메모리얼 콜러시엄 주변에까지 뻗쳐 「톰·브래들리」 LA시장의 표창까지 받는 등 미국사회에 근면한 한국인의 모습을 심는데 큰 역할을 하고있다.
「브래들리」시장은 지난달 30일 끝난 콜러시엄 주변청소에 직접 참가해 『한인들의 조그마한 힘이 이렇게 LA 전 시민을 동원할 만큼 크게 성장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격려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또 서울이 다음 번 올림픽개최지라는 자부심아래 LA를 찾는 올림픽관광객들에게 한국의 발전상과 전통문화를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고 각종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13일 개관한 코리아 플라자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는 민속공연에는 한국국립무용단이 참가, 연일 수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가하면 사물놀이·살풀이 등 다수의 민속공연이 펼쳐져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리는데 큰 몫을 하고있다.
한편 올림픽환영준비위원회는 오는 16일 LA에 도착하는 한국선수단의 환영식을 베풀고 18, 19양일간 스카티시오디터리엄에서 선수단 환영쇼를 개최, 선수단의 사기를 최고로 올려줄 계획이다. 『LA한인들과 모국선수단과의 융화와 단결을 위해 환영쇼를 준비했다』고 밝힌 환영준비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특히 이번 선수단 환영쇼는 미 전역에 흩어져 사는 재미동포들의 단합에도 큰 몫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벽엔 올림픽사진
선수단환영쇼 이외에도 각 한인단체들로 구성된 올림픽후원회는 올림픽기간 중 경기장에서의 응원, 음식제공 등 선수단 뒷바라지를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한국선수가 출전하는 경기장마다 코리아의 함성이 터져 「한국 붐」을 일으키겠다는 것.
또 올림픽성화가 올림픽 가를 통과하는 오는 21일을 「한국의 날」로 삼고 올림픽에 대비한 각종행사의 피크를 이루게 할 예정이다.
이 같은 올림픽사전준비와 함께 올림픽 대목경기를 겨냥한 LA지역 한인업소들의 열기 또한 뜨거워지고 있다.
개막 2주일을 앞둔 요즘 각 한인업소들은 마지막 판매전략을 세우고 올림픽기간 중 한몫 잡기 위한 최종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이번 올림픽기간 중 LA를 찾을 관광객 예상수는 70만∼1백만명.
이중 한인사회가 흡수할 몫은 그리 크지는 않겠지만 대목경기를 맞을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호경기를 겨냥해 LA한인업소들은 이미 2년 전부터 서서히 준비를 시작해왔다. 내부시설을 고치고 업소를 확장하는가하면 올림픽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기 위해 각종 아이디어를 동원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의 선두주자는 올림픽 가 한인타운의 요식업계. S회관·K회관·H식당 등은 1년 전부터 내부를 새로 단장하는 등 외국인관광객과 한국인방문객을 맞기 위해 많은 돈을 들였다.
대목경기의 열기는 아이디어경쟁까지 불러일으켜 S회관의 경우 내부 벽을 모두 올림픽관계사진으로 단장,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올림픽무드를 선사하고있다.
요식업계 뿐만 아니라 올림픽열기는 호텔, 렌터카, 사진현상소, 헬드스파 등 모든 올림픽관련업계에 불어닥치고 있다.
자동차판매업 및 렌터카를 전문으로 하고있는 A자동차의 경우 1년 전 미국굴지의 렌터카회사와 계약을 체결, 준비한 1백대의 자동차가 이미 모두 동나 즐거운 비명을 올리고있고 그 밖의 자동차업소는 주문이 쇄도하는 밴트럭을 조달하느라 샌프란시스코·휴스턴·시카고 등 타지에까지 손을 뻗치고있는 실정.
『요즘 렌터카의 요금은 부르는 게 값』이라고 말한 A자동차의 한 세일즈맨은 『예상 밖의 좋은 경기로 한숨 돌리게 됐다』고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또 여행사 및 전세택시 회사에도 여행예약 및 차편제공 문의가 불티나 듯 전화벨을 울리고 있어 일부 업소에서는 파트타임 직원까지 동원하고 있다.
LA시내 각 여행사들은 이미 여행계획 및 인원이 1백% 꽉 차 더 이상 고객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고 이제까지 술 취한 고객들을 실어 나르는 것이 고작이던 전세택시회사들도 관광객픽업, 경기장순회 계획을 짜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를 지경이다.
이 같은 호황 속에서 재기의 기틀을 마련한 여행사도 있다. 2년 전 문을 연 H여행사는 그 동안 기존여행사의 위력에 눌려 근근히 현상유지를 하는 정도였었는데 지난해부터 몰아친 올림픽열풍에 편승, 지금은 3대의 대형버스를 소유한 대여행사로 급성장했다.
선물업계는 시큰둥
호텔업계도 올림픽열풍이 불어닥쳐 한인타운에만도 1년 새에 3개의 호텔이 새로 등장했다. 이제까지 한인소유의 호텔은 올림피언호텔이 유일한 것이었으나 최근 동서호텔, 웨스턴인, 뉴서울호텔들이 문을 열고 올림픽 손님을 맞기 시작했다.
이 같은 올림픽대목열기가 한층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유독 선물업계만은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있다.
LA올림픽개최가 확정되자 가장 먼저 기대를 걸고 활기를 띤 곳이 선물업계였었는데 한국 내에서는 선물 안 사기 운동이 벌어지는 등 분위기가 바뀌자 붐이 차차 식어져 지금은 그저 담담한 기분들.
W선물센터는 『관광객을 위한 올림픽기념품은 준비하고 있으나 큰 기대는 걸지 않고 있다』고 했고 D선물센터는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장사할 생각』이라고 즐겁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각 선물업소는 관광객 한 명이 1백∼2백 달러를 선물사기에 소모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하여튼 한인타운을 가로지르는 올림픽 가는 선수단 환영깃발이 길 양편에 펄럭이는 가운데 서서히 올림픽무드에 젖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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