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생실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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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교생이란 대학에서 교사가 되겠다고 처음부터 지원한 사범대학생이나, 입학 후에 교사가 되겠다고 교직과목을 신청한 학생이 장차 교사가 되기 위해 일선 초·중·고등학교에 나가서 교사실습을 할 때 부르는 이름이다. 말하자면 교사의 교자와 학생의 생 자를 합해 만든 단어인데, 금년은 유사이래 교생실습을 나가는 학생이 제일 많아서 몇만 명이 되었다. 전국 통계는 알기 어려우나 서울에 1만1천명, 그리고 부산에 6천명이 교육위원회와 교육구청을 통해 일선학교에 배치를 받았으니까 나머지 지역도 미루어보면 몇만 명이란 숫자가 과히 틀리지 않다고 하겠다.
이들이 다 교사를 희망하여 다 취직이 된다는 보장은 없으나 교육자가 되겠다는 교생실습자가 이렇게 많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생각을 하게 한다.
서울의 경우 3, 4, 5, 6월 넉 달에 5천명씩 끊어서 중·고교에 배치를 해야하는 처지였으니 전국의 교육위원회와 교육구청의 노고에 대하여 대학에서 교직을 담당하고 있는 교수로서 어이 감사를 표하지 아니하리요? 또 문교부는 이들 몇 만 명의 명단을 하나 하나 확인하면서 교사자격증을 2학기후반에 들어서 발급할 것이니 이 또한 일선의 대학에서는 여간 미안한 일이 아니다. 또 미안하고 감사한 곳은 일선의 중·고교, 곧 현장을 제공하는 학교당국이다. 워낙 많은 교생이 쏟아져 들어오니까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니 대학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하여 뭐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미안하고 고마워하는데, 또 하나 교생으로 나가는 학생들의 자세 때문에 이 감정이 더해지는 경우도 있다. 대학의 자유와 행동과 말씨, 심지어 군것질하는 것까지가 일선 학교에 고스란히 전해질 때 사실 아찔한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당신 네 학교 학생이 중·고등학교에 와서 데모며 시국이야기를 하니 다음에는 절대로 받지 않겠소, 귀 대학 교생 선생님의 말씨와 행동이 우리 학생들에게 나쁜 영향을 줍니다, 바라거니와 교생실 청소를 잘 해주고 실습일지를 성의껏 쓰고 지각하지 말며 인사 잘하기를…. 그런다면 어찌될까? 그래서 교생 나가기 전날 하루 내내 주의사항을 들려주었더니 하는 말이, 『교생실습이 아니라 고생실습이네요』라고 하기에 나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결론을 내려주었다.
『사람농사 짓는데 어찌 고생이 아니겠는가? 그런 고생을 매일 하시는 일선 선생님을 이해하겠는가? 꼭 시집 보내는 부모마음이니 제발 탈없이 마치고 또 고생을 많이 하고 오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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