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희망자 현장실습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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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교직을 지망하는 대학4년생의 교생실습이 수용한계를 넘어 포화상태를 이루면서 수박겉핥기식 현장실습에 그치고 있다.
특히 대학졸업 정원제에 따른 첫 졸업생이 나오는 올해의 경우 대학4년생이 급증하면서 교생실습지망학생도 사상 최대를 기록함으로써 더욱 심각하다.
교생실습은 교직과목중 2학점을 차지하는 것으로 일반대 교직희망자는 4주, 국립사범대생은 6주동안 일선학교의 교육현장에서 학습및 생활지도를 하는것.
올해 교생실습 지망학생은 서울에서만도 35개대학의 2만1천여명. 일선 중·고교에 실습배정을 맡은 서울시교위는 이들의 교생실습을 예정대로 6월말까지 끝맺지 못하자 오는 10월 한달을 추가 실습기간으로 정했다.
한꺼번에 20∼30명씩 교생들이 몰려오자 실습현장을 제공하는 일선학교에서는 수업지도와 생활지도상의 어려움을 내세우며 실습을 기피하려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
일선학교의 고민중 첫째는 수업진도에 막대한 지장을 준다는것. 많은 교생들에게 일일이 수업시간을 할애하다보면 예정된 교과진도에 차질이 생긴다. 따라서 대학진학을 앞둔 고교에서의 교생기피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며 그만큼 중학교의 부담이 커진다.
교생들의 수업및 생활지도에 임하는 자세 또한 문제가 되고 있다. K여고 고모교사(45·생활지도주임)는 『교생들의 자유분방한 태도와 말씨를 학생들이 그대로 배워 생활지도에 애를 먹는다』며 고층을 털어놓았다.
이런 현상은 교복자율화이후 더욱 심각한데 일부 학교에서는 후유증을 염려, 『가급적 학생들과의 접촉을 피해 달라』고 당부할 정도다.
교생들의 실습에 대한 열성 또한 전에 비해 크게 떨어진것같다는 선배교사들의 지적. D고교 김모교사(36)는 『자리가 적어 대학을 나와도 교단에 서기가 어려운 실정이니 그저 교사자격증이나 따놓고 보자는 생각도 더러 하는것 같다』고 말했다.
교생들도 대학에서 배운것을 현장에서 펼쳐본다는데는 의욕을 보이면서도 불만은 있다.
실습생 정모군 (23·H대국문과)은 『교생수가 많은 만큼 개인별 실습시간이 줄지요. 한꺼번에 여럿이 같이 하니 실습효과도 떨어집니다』라고 말했다.
교생들의 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사립사대출신의 교생 김모군(24)은 『언제 교단에 설 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의욕을 잃는게 사실』이라며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이외에도 교생들은 학교에 대한 선물비용등 과중한 실습비 부담을 호소했다.
교육관계자들은 앞으로▲교사의 수요를 감안한 사대정원의 조정▲서울집중에서 벗어나 지방및 도서벽지 학교에까지 고른 교생실습 배정등의 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하고 있다. <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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