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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존여비 사상 강한 北 평양과기대에 최초 여학생 입학

중앙일보

입력

남존여비 사상이 여전히 강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영재 교육 산실인 평양과학기술대학에 지난 3월 사상 처음으로 여학생이 입학을 허가 받았다. 평양과기대 김진경 총장은 4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북한 당국이 학교 측 요청을 받아들여 150명의 신입생 중 10명을 여학생으로 받았다"고 말했다. 평양과기대 사상 처음이다. 신입 여학생 10명 모두 북한의 영재학교인 '제1고등중학교' 졸업생이다.

평양과기대는 일반 대학에 2년 이상 다닌 학생만 선발해왔으나 이번에 처음으로 고교 졸업생을 바로 입학시켰다. 김 총장은 "여학생 수를 계속 늘리고자 기숙사 2개 층을 여학생 전용으로 바꿨으며 장기적으로 여학생 기숙사 건물 한 동을 따로 지을 계획"이라며 "북한 당국도 더 많은 여성들에게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특히 과학기술 분야 종사 여성 인력을 늘린다는 취지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북한에서는 한때 "아내가 남편에게 설거지를 부탁하면 따귀를 맞는다"는 말이 돌 정도로 가부장제가 강력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북한식 시장인 '장마당'의 발달과 함께 북한 여성의 의식에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김영수 서강대(북한정치) 교수는 "이제는 여성들이 남편을 '멍멍이'라고 낮춰 부를 정도로 남성 지위가 낮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런 흐름에 맞추어 여성이 연하의 남성과 연애 및 결혼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 됐다고 한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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