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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선 지금…|부산경제 합판도 해운도 빈사상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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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물론 부산은 서울 다음의 제2도시입니다. 그러나 1위와의 격차가 너무커 2위라는게 아무런뜻이 없습니다.
한국엔 모든 면에서 1위인 서울이 압도적으로 크고 그 다음 2위부터는 새까맣게 떨어집니다.
서울이 비대화할수록 다른 지방도시는 상대적으로 위축돼갑니다. 이런 서울과 지방의 격차가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심화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부산이 하나의 경제권을 형성하지 못하고 서울에 종속된 것으로 약화되는 느낌입니다, 어느 부산경제인의 솔직한 말이다.

<산업구조 뒤떨어져>
부산경제가 안고있는 여러문제들 가운데 현지 상공인들이 꼽고있는 첫째 문제는 역시 산업구조의 낙후성이다. 부산의 수출제품중 경공업제품이 39 9%나 되는 신발·섬유·의복·합판등 이른바 노동집약적 업종이 아직도 대종을 이루고 있다. 이미 해외경쟁력을 잃었고 더러는 짐마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면에서 합판산업의 사양은 오늘날 부산경제의 실상을 잘 표현해준다.
부산에는 80년 동명목재의 부도를 시작으로 82년 대명·광명·태창등 굵직굵직한 업체가 차례로 문을 닫아 대기업이라고는 성창·반도목재 2개업체만이 남아있다. 한때 부산경제의 활력소였고 한국 수출을 주도했던 합판산업은 이젠 완전히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79년 2억6천만달러에 달했던 부산지역합판수출이 작년에 6천2백만달러로 줄어들었고 금년엔 더 줄 전망이다.
그러나 성창기업 천조남 차장은 『내수시장이나마 전체물량의 80∼90%를 서울에서 발주, 부산합판업체는 서울까지 물건을 올리지 못하고 근처 경남·부산일대에만 판매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한때 1만여 명의 동명목재 종업원들이 북적거리던 남구 용당동은 이젠 한가한 낚시터로 변했다.
어느 경제단체 간부는 『70년대 고도성장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낙후된 곳이 부산』이라며 『그 동안의 산업발전단계에 잘 적응 못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부산이 경제적으로 오그라들고 있음은 각종 지표상으로도 잘 나타난다.
전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부산경제의 비중을 보면 73년엔 제조업체수에서 8·7%, 수출액에서 24·5% 였던 것이 83년엔 제조업체수에선 12·1%로 늘어났으나 수출비중은 15·5%로 줄었다. 73년이후 10년 사이에 선박입항은 전국전체의 38·4%→36·5%, 해운화물수송량도 22·5%→18%로 각각 떨어졌다.

<어음부도 서울3배>
부산지역의 어음부도율은 광명사건의 여파가 미쳤던 작년 11월의 0·63%에 비하면 최근 들어 크게 낮아졌다. 그러나 5월말 현재 0·22%로 서울지역의 3배를 넘고 최근에는 해운업계의 불황여파가 부산신용질서에 그림자를 드리우고있다.
부산경제에서 큰 비중을 점하는 흥아해운은 산업은행과 부산은행등에 4백50여억원의 빚을 져 주거래은행인 부산은행이 5월부터 관리에 들어갔다.
돈의 서울유출로 지방경제가 압박 받고 있는것은 부산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부산의 투자신탁고는 5월말 현재 4천6백11억원으로 부산은행수신고 5천2백억원에 거의 맞먹는 금액. 그러나 이 가운데 32억원만이 지방에 대출됐을 뿐이다. 이 때문에 부산은행관계자가 『아무리 지방은행이라지만 16년의 역사에 80여개 점포를 가진 은행이 어떻게 몇개지점뿐인 투자신탁만 못하느냐』며 한탄했다한다.
해운업의 본거지라지만 66개 해운사중 부산에 본사를둔 업체는 12사뿐. 그나마 주요업무는 서울지사가 처리한다. 모든게 서울중심이다.
부산지하철 건설에도 부산건설업체는 참여치 못하고 서울에서 내려온 대형업체의 하도급을 맡을 정도라는것. 그나마 도급순위 1백위안에 들던 미성건설·덕산건설 등이 작년 가을 연쇄부도로 문을 닫았다.
부산은 더 뻗으려야 뻗을 곳이 없다는 점도 커다란 고민이다.

<공업지대 줄어들어>
부산의 공업지대는 지난 72년 1천23만평에서 82년 8백99만평으로 10년 사이에 1백24만평이나 줄어들었다.
부산의 3천7백33개업체중 주거나 상업지역등에 묶여 공장을 옮겨야할 업체는 현재 절반에 가까운 1천6백29개업체에 이르고있다.
79년이후 만해도 이미 80여개 업체가 타시도로 빠져나갔다. 그나마 이전해간 업체들은 한국종합특수강(주), (주)부산제철소, (주)럭키, (주)금성사, 부영공업(주)등 대부분 건실한 대형업체들로 지방경제비중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부산의 전체 제조업가운데 대기업비중은 77년 5·4%에서 82년 4·3%로까지 떨어졌다.
부산의 상공인들은 새로운 탈출구로 낙동강하구언을 매립해 새로운 공업단지를 조성하자는 계획을 오래전부터 입안해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계획도 도시인구억제책과 자연환경의 보존이라는 반대에 부딪쳐 현재로서는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이동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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