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가여유국, 유치원 교과서 같은 중국 여행 가이드 만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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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장소에서 코를 후비지 마라."

중국 당국이 자국 여행객들이 지켜야 규범으로 내놓은 내용 중 일부다. 각종 추태로 국가 망신을 시키는 여행객들이 늘어나자 아예 유치원 교과서 같은 여행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것이다.

중국 국가여유국(관광국)이 최근 만들어 5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관광가이드라인(관광규범)에는 '수영장에서 소변을 보지 말 것', '비행기에서 구명조끼를 입지 말 것', '공중 화장실을 장시간 점유하지 말 것', '의자를 밟지 말 것', '탕류를 먹으며 소리를 내지 말라' 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공중 화장실 화장지 등 공공용품을 아끼고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며 장애인 시설을 사용하지 말도록 하는 내용도 있다.

여행사나 여행 가이드들이 지켜야 할 규범도 있다. 물건을 강매하거나 불합리한 저가 관광, 무질서를 조장하는 행위를 금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또 여행 도중 규범을 어기고 추태를 부리는 관광객을 기록해 당국에 신고하도록 했다. 앞서 국가여유국은 지난달 ‘관광객 추태 행위 기록관리 잠정 규칙’을 발표했다. 여행 도중 유적과 환경·위생시설을 파괴하거나 현지 법규나 문화에 반하는 행위를 기록해 해당 여행객을 처벌하기 위해서다. 추태 행위는 사안 별로 1~2년간 보관하되 사안이 중할 경우 경찰·세관·교통, 심지어는 중국인민은행 등 금융 당국에도 통보해 각종 불이익을 받도록 할 예정이다.

한편 관영 중앙(CC)TV는 3일 노동절 연휴 기간인 2일 윈난(雲南)성의 한 여행가 가이드가 여행객들에게 개인 평균 3000~4000위안(약 69만원)어치의 물건을 사지 않으면 양심과 교양이 없는 몰상식한 행위이며 돌아가는 항공편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위협한 내용의 화면을 공개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여행객이 휴대전화로 촬영한 이 화면은 가이드가 버스 안에서 4분여 동안 쇼핑을 적게 하는 단체 여행객들에게 욕을 하고 협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중국은 2013년 10월부터 자국 관광진흥법인 '여유법(旅遊法)을 제정해 저가 관광이나 쇼핑 강매, 여행객 추태 추방에 나서고 있으나 세계 곳곳에서 중국 여행객들의 추태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해외여행을 다녀온 중국인은 1억 명, 국내 여행객은 연인원 36억 명을 각각 기록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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