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요즘 웰빙가에선] 건강한 해외여행법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25호 22면

“혹시 비아그라 처방을 받을 수 있을까요?”

진료실에 들어 온 50대 중반의 여성 환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남성 환자들로부터야 가끔 받는 요청이지만 여성이 요구하는 것은 처음이라 좀 당황스러웠다. 알고 보니 티베트 지역에 여행을 떠나는데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가 고산병(高山病) 예방효과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고산병 예방을 위해 아세타졸아마이드란 약이 주로 사용되긴 한다. 비아그라도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어 이런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

여행을 즐기는 인구가 많아지면서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여러 형태의 여행을 떠난다. 특히 긴 연휴엔 가족 단위로 해외로 나가는 경우도 많다. 여행에 따른 건강문제도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해외 여행지를 정하거나 떠나기 전에 반드시 살필 것은 해당 지역에서 유행하는 질병 여부나 필요로 하는 예방접종이다. A형·B형 간염과 같은 기본 예방접종은 당연히 받아야 한다. 황열 유행 지역으로 여행을 갈 때는 예방접종을 받은 증명서를 지참해야 해당 국가 입국이 가능하다. 말라리아는 주사로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개 먹는 약으로 예방요법을 한다. 지역에 따라 유행하는 말라리아의 형태가 다르므로 사용할 수 있는 약도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유행지역 도착 1주일 전부터는 복용을 시작한다.

일러스트 강일구

이런 사항들을 고려하면 여행 떠나기 한 달 전쯤 병원을 방문해 상담을 받는 것이 최선이다. 만약 그 시기를 놓쳤다면 늦어도 2주 전엔 병원을 찾아 점검을 받아야 한다.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 열이 나는 등 불편하다면 병원을 바로 방문하는 것이 좋다.

다양해진 여행패턴 때문인지 국가 명조차 생소한 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경우도 많아졌다. 나는 주로 해당 지역의 정보를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 홈페이지에 들어가 검색한 뒤 환자를 상담한다. 국내 사이트론 질병관리본부에서 운영하는 해외여행질병정보(http://travelinfo.cdc.go.kr/)가 있다. 스마트폰의 앱을 활용해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최근엔 임신한 뒤 자축(自祝)과 휴양·쇼핑을 겸하는 태교여행이 유행이라 한다. 유산이나 조산의 위험성 등을 고려하면 비교적 안정적인 임신 2기에 여행을 떠나는 것이 좋다. 유행하는 질병이 없는 비행거리 6∼7시간 미만의 지역을 여행지로 선택하는 것이 적당하다.

항공 여행을 할 때는 기내 공기가 건조한 편이므로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소위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의 원인이라고 알려진 심부정맥혈전증을 예방하기 위해선 자주 복도에서 걷거나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혈압·당뇨병·천식·만성 폐질환 등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하는 질병을 가진 환자는 총 여행 일정보다 약간 더 많은 날짜만큼 여분의 약을 준비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간혹 해외 현지에서 다치거나 병이 악화되거나 하는 응급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평소 본인이 복용하고 있는 약 이름이나 질병상태를 영문으로 휴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꾸준하게 체력 관리를 하고 사전 준비를 꼼꼼히 하면 꽃보다 아름다운 인생의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박경희 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