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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경제교육 총체적 부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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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국의 경제교육 시스템이 총체적으로 부실해 반기업.반시장 정서를 확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교과서가 시장경제 원리에 반하는 내용을 담은 경우가 적지 않으며, 교사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경제교육 수업 시간 자체도 너무 적다는 것이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22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선진화포럼 조찬 토론회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초.중.고교 경제교육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권 교수는 이 보고서에서 한국 국민은 기업의 목표를 영리 추구가 아닌 고용 창출, 근로자 복지 등 공익 추구로 잘못 인식하고 있으며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속성을 부정부패나 빈부격차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다음 세대의 가치관 형성에 직결되는 교과서가 각계 권위자의 지혜를 모아 만들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사범대 교수들과 현직 교사 등 교육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집필진이 짜이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고교 경제 교과서 집필진 중 현직 교사를 제외한 13명 가운데 10명이 사범대 교수, 장학사라는 설명이다.

특히 좋은 교과서를 집필하도록 하는 인센티브가 부족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초등학교 국정교과서 집필자에게 지급하는 고료는 원고지 1매당 1만1000원으로 1999년 이래 묶여 있으며 중.고교 교과서의 인세가 평균 200만원에 불과하다. 또 출판사들이 이윤을 공동 분배하는 시스템으로 돼 있어 좋은 교과서를 만들 유인이 전혀 없다고 권 교수는 말했다.

중학교 이후 사회과목에서 경제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은 단원 수로는 9%에 불과해 지리(38%), 세계사(27%)에 크게 뒤지며, 경제 수업 시간도 11%로 턱없이 적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미국은 경제 기초 지식 배양을 문맹퇴치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과과정 개발에 경제학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교육과정에서 경제교육의 비중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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