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현장리뷰2005증시를말하다] 4. 펀드들 남은 과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대표는 "간접투자 시대는 이제 시작" 이라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펀드 시대요? 아직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닙니다."

2005년 증시를 말할 때 펀드 열풍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간접투자 시대의 주역 중 하나인 우재룡(사진) 한국펀드평가 대표는 아직 멀었다고 한다. 한국펀드평가는 수많은 펀드의 실적과 특징을 모니터링하는 회사다. 우 대표는 인터뷰 중 "내년이 고비"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그는 아직 한국 펀드 시장의 미래를 놓고 많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적립식 펀드 계좌가 500만 개를 넘어섰는데.

"이제 시작일 뿐이다. 국민은 아직 자산의 70%를 부동산에 던져놓고 있고 30%의 금융자산 중에도 절반 이상을 예금.적금에 의존하고 있다. 주식.채권.펀드를 다 합쳐도 금융 자산의 17%(전체 자산의 5%)에 불과하다. 저금리 속에서 세계에서 가장 빨리 고령화되는 나라에 어울리지 않는다. 투자 자산의 비중이 지금의 2~3배는 돼야 한다."

-펀드 인기가 높으니 내년에는 더 많은 사람이 들지 않겠나.

"양도 문제지만 질을 따져야 한다. 지금도 무슨 펀드에 들었냐느고 물으면 '○○은행 펀드에 들었다'는 사람이 많다. 자기가 가입한 펀드가 주식형인지 혼합형인지, 그게 뭐가 다른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업계에서는 적립식 계좌의 30~40%는 남들이 한다기에 따라 가입한 '미 투(Me too) 투자자'라고 보고 있다."

-펀드도 돈 주고 사는 상품인데 모든 것을 알아야 하나.

"투자의 책임은 결국 자기 자신이 지는 것이다. 자동차나 세탁기.냉장고를 살 때 아무 가게에나 들어가 덜컥 물건을 집어드는 사람은 없다. 자료를 찾고, 주변 사람의 평가를 듣고, 가격을 비교하고 고민 끝에 사지 않는가. 펀드도 자기 자금의 성격과 목표 수익률을 따져보고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펀드를 판매하는 쪽의 문제는 없나.

"은행이나 증권사 등 판매 회사의 책임이 막중하다. 아직도 판매 회사가 얼마나 많이 팔았느냐만을 중시하는 경우가 많다. 한 사람의 고객이라도 원금 손실의 위험을 알리고 수익률을 극대화하도록 도와줘야 제대로 펀드를 판 것이다. 내년이 고비다."

-내년에도 주식 시장은 좋다고 보는 전망이 압도적인데 왜 고비인가.

"올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이 15일 기준으로 57%, 지난 3년간 113%다. 이런 높은 수익률이 한없이 지속될 수는 없다. 외국의 예를 볼 때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길게 봐서 연평균 10%만 넘어도 훌륭한 실적이다. 그런데 내년에 수익률이 올해보다 떨어지거나 일시적으로 마이너스가 됐을 때 '미투' 투자자들이 충격 속에 환매에 나서면 큰일이다. 투자자들의 불신이 커지면 펀드 시대의 정착은 미뤄질 수밖에 없다."

-불완전 판매는 제도적으로 방지가 안 되나.

"판매회사의 임직원은 '투자 원금의 보장 등 수익을 보장하는 권유 행위'를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아주 엄한 규정인데 문제는 처벌받은 경우가 한 건도 없었다는 것이다. 수백만 개의 적립식 펀드가 팔렸는데 이런 사례가 전혀 없었겠나. 지키지 못할 엄한 제도를 만들다보니 '봐주기'가 관례처럼 돼 버린 셈이다."

-올해 펀드 수수료가 너무 비싸다는 주장을 앞장서서 했는데.

"수수료가 무조건 비싸다는 게 아니라 서비스의 질에 비해 일률적으로 너무 높다는 것이다. 장기 투자를 하면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싸져야 하고 펀드 성격에 따라서는 더 값싸게 팔 수 있는 상품도 많다. 대신 복잡한 구조에 전문적 컨설팅이 필요한 상품은 더 비싸게 받으라는 것이다. 내년부터는 판매 채널이 다양해지기 때문에 기대가 크다. 백화점만 있던 곳에 할인점이 들어설 때처럼 펀드 상품의 유통혁명이 일어날 것으로 본다."

글=이승녕 기자 <francis@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