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선 "당 안 바뀌면 대안정당 … 천정배 당은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7면

4·29 광주 서을 보궐선거에서 당선한 무소속 천정배 의원의 발언이 새정치민주연합을 뒤흔들고 있다. 천 의원은 지난달 30일 본지 기자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광주에 출마할 7명만 모으면 독자적으로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있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으로의 복당 대신 호남 독자 신당론을 주장한 것이다. 새정치연합 광주 지역구 의원 7명의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당장 새정치연합을 탈당하겠다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당이 호남을 이대로 방치했다간 큰일 날 수 있다”는 위기감에는 모두가 공감했다.

 당에 대한 불만은 박주선(광주 동) 의원이 가장 컸다. 박 의원은 1일 “문재인 대표가 물러나지 않은 ‘친노 간판’으로는 호남 민심을 달랠 수 없다”며 “친노의 계파 정당이 돼버린 현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이 당에는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의 근본을 바꾸지 않는다면 내가 먼저 대안의 길을 모색하는 데 나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박 의원은 천 의원이 구상하는 ‘호남 신당’과는 선을 그었다. 박 의원은 “‘천정배 당’으로 가자는 게 아니라 친노 당이 아닌 호남의 대안정당이 필요하다”며 “대안정당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침묵하는 다수가 수십 명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광주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혜자(서갑) 의원은 “소위 ‘호남 자민련’식의 지역정당으로는 당장 몇 석 정도를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단명할 수밖에 없다”며 “원외 인사나 낙선 의원을 제외한 현역 의원들은 동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광주를 ‘당의 심장’이라고 하면서도 ‘호남당이 된다’는 이유로 대권 후보는 물론 당권도 못 주겠다는 논리에 대한 절망감이 팽배해 있다”고 지적했다. 장병완(남구) 의원도 “당을 만든 주인은 호남인데 왜 ‘엉뚱한 사람들’이 주인 행세를 하느냐는 불만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새 원내대표가 호남에서 나오지 않으면 민심 이반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내현(북을) 의원은 “당내에 ‘못된 사람’이 있다면 안에서 싸워야지 뛰쳐나간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했다. 당에 남아 친노와 경쟁하겠다는 의미다. 김동철(광산갑) 의원은 “낙선과 낙천, 탈당, 불복한 사람들을 데리고 새정치연합을 심판한다는 천 의원의 생각은 오만불손한 얘기”라고 했다. 그는 “이번 선거 결과가 새정치연합에 대한 호남의 경고인 건 맞지만 광주가 천 의원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천 의원을 도구로 경고를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7·30 재·보선에서 천 의원과 공천을 놓고 갈등을 빚은 권은희(광산을) 의원은 “천 의원에게 당 후보가 ‘더블 스코어’로 졌다는 자체가 광주 민심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며 “지금으로선 현재의 상황을 절절히 반성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진화 부심=문재인 대표는 1일 확대간부회의를 열지 않았다. 대신 한국노총의 ‘전국노동자대회’ 참석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원내대표 경선 후보들과의 차담회만 소화했다. 그러곤 지역구인 부산을 찾았다. 문 대표는 전날(4월 30일) 저녁 이춘석 전략홍보본부장과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 등 4·29 선거 지휘부에 몸담았던 의원들과의 만찬에서 이 본부장이 사퇴할 뜻을 밝히자 “강도 높은 쇄신을 하는 게 패배를 책임지는 모습’이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문 대표는 주말에도 자택에 머물며 당의 위기를 잡음 없이 풀어낼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할 것이라고 참모들은 전했다.

 하지만 당은 어수선했다. 지도부 책임론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날 오전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정청래 의원을 뺀 4명은 비공개 조찬 회동을 하고 거취를 논의했다. 문 대표 없이 열린 회동에선 “문 대표가 너무 독선적”이라는 불만과 “대선 후보 지지율 1위인 문 대표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다고 한다. 이들은 의원들의 의견을 취합한 뒤 다시 모이기로 했다. 모임을 주선한 주승용 최고위원은 회동 후 본지 기자에게 “어제 문 대표가 언급한 정도로는 국민들을 설득할 수 없다”며 “지도부 사퇴가 능사는 아니지만 어떤 식으로든 책임은 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태화·이지상 기자 thka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