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기중기' 레자자데 220kg 바벨 가볍게 번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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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레자자데 후세인이 용상 1차 시기에서 220㎏을 가볍게 들어올린 뒤 관중석을 향해 미소를 짓는 여유를 보이고 있다. [양구=연합뉴스]

21일 제6회 아시아 클럽 역도선수권대회가 열린 강원도 양구군 양구문화체육회관.

13명의 아시아 역사(力士)가 세 차례씩 바벨과의 '씨름'을 끝내자 배가 불룩 나온 160㎏의 거한이 경기장에 들어섰다. 덩치만으로도 관중석에서 "우와" 하는 탄성이 터졌다. 이때까지 용상 최고 성적은 우즈베키스탄 이고르 하릴로프의 217㎏. 마지막에 등장한 이 거한은 1차 시기에서 220㎏을 가볍게 들어올렸다. 아니, 바벨을 들어올린 게 아니라 한동안 내려놓을 생각도 않은 채 환호하는 관중을 향해 씩 웃는 여유까지 보였다.

거한의 이름은 레자자데 후세인(27.이란). 105㎏ 이상급(무제한급) 세계기록(인상 213㎏.용상 263㎏.합계 472㎏) 보유자이자 올림픽을 2연패(2000.2004년)했고, 세계선수권에서는 세 차례(2002.2003.2005년)나 우승했다. 올림픽 사상 역도 무제한급을 정복한, 최초의 아시아인이기도 하다.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은 '용기의 배지'와 주택 구입 비용으로 7만1000달러를 줬고, 이란 국민은 '챔피언 중의 챔피언'으로 칭송한다. 그리스와 터키에서는 귀화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9월 아시아선수권과 11월 세계선수권대회를 치렀고, 이달 초에는 서아시아선수권대회까지 참가해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이날 인상(181㎏)과 용상(220㎏)에서 한 차례씩만 들고도 합계(401㎏)까지 3관왕을 차지했다. 일반적으로 역도선수가 대회를 치른 뒤 제 기량을 찾는 데는 석 달 이상이 걸린다. 그럼에도 대한역도연맹의 끈질긴 요청으로 한국땅을 밟게 됐다.

레자자데는 "준비 없이 와서 힘들었지만 고국에 금메달을 가져가게 돼 기쁘다. 한국 사람들의 친절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양구=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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