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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까지 잘하는 뇌섹녀? 실은 주관 뚜렷한 노력파랍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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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신아영, 나승연, 배수정]

뇌가 섹시한 남자, 이른바 ‘뇌섹남’은 ‘주관이 뚜렷하고 언변이 뛰어나며 유머러스하고 지적인 매력이 있는 남자’(국립국어원)를 가리키는 신조어다. 그런 여성도 있을 터. 그 후보가 될 만한 세 사람을 만났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대변인으로 빼어난 활약을 한 나승연(42), 미국 하버드대를 나와 방송인으로 활동중인 신아영(28), 영국에서 회계사의 길을 가려다 MBC ‘위대한 탄생’ 시즌2 준우승을 거쳐 음악을 택한 배수정(30)이다. 현재 이들은 24시간 영어 방송 아리랑TV에서 각각 토크쇼 ‘슈터스’, ‘브링 잇 온’, ‘뉴스텔러즈’를 진행중이다. 영어까지 잘한다는 얘기다.

헌데 웬걸, 방송 이력 최고참이자 불어까지 능한 나승연이 “가장 자신있는 언어는 콩글리쉬”라며 허를 찌른다. “외국에 산 지 오래되서 어휘를 까먹곤 해요. 그래서 일부러 아리랑TV나 다른 외국방송을 꾸준히 봐요.” 그는 외교관 아버지를 따라 4살 때부터 여러 나라를 옮겨다니며 컸다. 지금 손색없는 한국어를 구사하는 건 남다른 노력의 산물이다.

“국제회의 진행을 영어로만 맡곤 했어요. ‘나승연씨, 한국어는 안 되겠어요’ 하는 말을 듣곤 했죠. 초등학생인 아들이 갓 태어났을 때부터 매일 우리말로 책을 읽어줬는데, 이후로 제 한국어가 좋아졌다는 얘기를 듣게 됐어요.” 그는 한 술 더 떠 “영어 문법이나 어휘는 한국 고교생들이 더 잘할 것”이라 말한다. “대신 국제학교를 다니면서 다양한 영어 억양을 접하고 독특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을 만난 경험이 평창 유치 활동 때도 도움이 됐지요.”

신아영은 “어렸을 때 다양한 문화를 접하면 포용력이 넓어지는 것 같다”고 동의했다. “저도 열 살 때쯤, 미국에 두 번째로 갔을 때 마침 다양성을 존중하는 흐름이 강했어요. 모든 사람에게 그만의 개성이 있다는 것, 편견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배운 게 지금 방송하는 데도, 살아가는 데도 도움이 돼요.”

집안에서는 늘 독립심을 불어넣는 분위기에서 자랐다. 하버드대 학비도 나중에 부모에게 갚았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이 아버지다. 대학원 진학 대신 SBS ESPN·SPORTS 아나운서가 된 것도, 3년간 일하다 올해 초 프리랜서가 된 것도 모두 그 자신의 선택이다. 요즘은 틈틈이 미국 TV도 보며 방송진행을 준비한다. “우리말 방송도 게스트로 나갈 때와 진행을 할 때가 다른데, 영어 진행은 처음이에요. 게다가 ‘브링 잇 온’은 녹화과정을 유튜브로 생중계 하거든요.”

방송 진행이 처음인 배수정은 줄곧 영국에서 나고 자랐다. 한글학교에서 우리말과 문화를 익혔다. “어려서부터 음악이 하고 싶었는데 부모님은 다른 기대가 크셨고, 저는 용감하지 못했어요. 근데 런던에서 ‘위대한 탄생’ 오디션이 열린다는 거에요. 음악을 시작하긴 늦은 나이였는데,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도전했죠.” 음악활동을 준비중인 그는 ‘뇌섹녀’에 대한 생각을 조심스레 말했다. “외모 대 음악의 구도가 아니라, 다양한 재능이 부각되는 의미라면 사회가 더 좋아지지 않을까요.”

‘뇌섹녀’ 소리에 손사래부터 치던 나승연은 “아이큐가 높은 사람, 이큐가 높은 사람…그런 다양성으로 커리어를 평가하는 거라면 긍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아영은 “장점이 세분화되고 이를 포용하는 문화적 현상이라면 긍정적”이라면서도 활달한 기질을 감추지 않았다. “근데 저는 뇌가 섹시하기보다 청순한 편이에요. 생각 많이 안 해요. 심각한 거 못 견뎌요."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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