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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구니』제작중지 계기 문인들『창작자유제한』확산우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영화 『비구니』 가 비구니단체의 강력한 항의를 받고 영화제작이 중단된 사건을 무고 문인들은 창작의 자유가 중대한제한을 받게된 사건이라고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들은 문학·예술이 다룰수있는 소재는 무한히 개방되어 있는것이며 어떠한 소재를 다루었다고해서 집단적이고 원색적·물리적인 힘이 작가에게 가해지는것은 개방된 사회·문화체제가 이루어지고있지 못함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시인 고은씨는 하나의 문학·예술작품에 대한 논의는 어디까지나 그 작품의 내용이 그다루는 소재·주제를 객관성있게,깊이 있게 다루었느냐, 그렇지 못했느냐에 대한 문학·예술적 논의여야지 그것에 대한 물리적 제재로 기울어서는 안되며, 그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우리의 오늘의 현실은 『선진적 사회의식에 다다르지 못했다는 중대한 증거가 된다』 고 말했다.
고씨는 극단적으로 이야기할때 문학·예술작품에 대한 이같은 집단적인 항의가 생겨나고 또 작품을 만들지 못하게될때 작가는 「도둑의 일」 밖에 다루지 못하게 될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도둑이야말로 유일하게 자신들의 모습을 집단적으로 드러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평론가 김병익씨는『문학·예술에 있어 소재는 항상 무한히 열려 있어야한다』 고 강조했다.
김씨는 그러나 정치적·사회적·윤리적인 여러가지 여건에의해서 작가들이 유형·무형의 압력을 받고 있는것은 불행한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형태의 압력이 주어지고 있는것은 작가의 작품에 의해 바판받는 쪽에서 그러한 자체에 대한 비판을 수용할수 있는 능력의 부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보았다.
작가 김원우씨는 『특정직업이나 지역에 대한 작품에서 크고 작은 물의가 생겨온것이 우리의 현실이었다』고 말하고, 작가는 그러한 소재를 통해서 자신의문학·예술적시각을 드러내겠다는 근본적인 자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사회 각부문이 인식하고 보다 차원높은 수준에서 작품에 대한 태도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한 작품이 문학적으로 완성되어 있다.
그렇지 않다는 논의로 수렴되어야할 것이 집단적 이익·불이익의 차원에서 거부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보았다.
문학평론가 성민엽씨는 이러한 『비구니』 같은 사태가 앞으로 더 확산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우리사회의 많은 집단들이 과거 그러한 일로 사소한 시비를 벌여왔으며, 그러한 일이 이번 『비구니』사태로 잠재적인 것에서 현실적인 것으로 드러날 때 사태는 크게 우려된다는 것.
이번『비구니』사태는 그 작품자체에 전혀 문제가 없었던것은 아니다.
시인 정모씨는 시나리오를 점토해본 결과 인간내면을 깊이 있게 다루어야 한다는 점에서 문제점이 없지는 않은것 같다고 말했다.
정씨는 그러나 작품(영화)으로서 완성되지 못한 상태에서 비구니들의 항의에 의해 좌절된 것은 불행한 일이며, 완성되었을때 작품의 내용을 두고 진지한 논의가 있었다면 우리 문학·예술과 사회와의 관계가 바른 방향을 찾았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우리사회의 성숙도를 아쉬워했다.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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