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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준설 후 진흙 바르는 방법 유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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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한라산 백록담 화구호(火口湖)가 담수능력이 떨어져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유실.퇴적 토사층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대.부산대.난대산림연구소 등의 연구진은 20일 제주시 자연생태체험학습관에서 열린 '한라산 백록담 담수보전 및 암벽붕괴 방지 방안' 용역보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연구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백록담의 바닥에서부터 중심부의 경우 10~30㎝, 경사면은 70~80㎝ 깊이까지 모래.자갈성분이 50~60%에 이르러 틈새를 형성하면서 다량의 수분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퇴적된 토사층이 마치 스펀지처럼 다량의 물을 빨아들인 상태라는 것이다.

바닥이 드러난 백록담 분화구. [양성철 기자]

백록담 바닥을 메운 토양은 원래 분화구 경사면과 정상부에 있었으나 많은 등반객의 발걸음에 밀려 내려간 흙.자갈 등이다.

연구진은 50여년 전부터 유실된 흙.자갈이 매년 1㎝씩 쌓여 온 것으로 분석했다.

이 토사층은 분화구에 빗물이 고이자마자 흡수, 마치 백록담의 물이 바닥 틈새로 빠져 나간 것처럼 보이게 만든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진은 "백록담 화구호의 원형 회복을 위해 퇴적된 토사층을 걷어내고, 바닥에도 일부 물이 빠지는 현상을 막을 수 있도록 차수막 기능을 할 진흙 등 점토를 바를 것"을 제안했다.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문화재청과 협의, 물이 고인 백록담의 제 모습을 찾기 위한 공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름 500m, 둘레 3㎞의 백록담은 수심이 옛날엔 8m나 됐으나 요즘에는 2m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지질학계 등은 수심이 낮아지며 화구호의 물이 빠지는 현상에 대해 분화구 중심부에 발달한 '파쇄대 기반암'의 틈새로 물이 다량 유출되기 때문인 것으로 봐 왔다. 제주도는 1993년 백록담 바닥에 누수방지 콘크리트를 시공해 담수 유출을 막으려다 문화재청이 "인공적 공법 사용은 곤란하다"고 반대해 복원작업을 포기했었다.

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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