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뉴스분석] "성완종 사면 진실 밝혀라" 박 대통령 역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얼굴 없는 메시지가 더 강했다. 박근혜(얼굴) 대통령이 28일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오전 10시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을 통해서다. 김 수석은 “거듭된 강행군으로 건강에 다소 문제가 있어 부득이 제가 대통령의 말씀을 대신 전해드린다”고 했다.

 김 수석이 읽은 대국민 메시지에서 박 대통령은 사표가 수리된 이완구 전 총리와 관련해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타깝지만 사의를 수용했다”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감’이라는 단어는 1860자의 메시지 중 이 대목에서 등장한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 다음 발언들은 강(强)성 일변도였다. “엄정한 수사” “부패 척결” “ 정치 개혁” “특검 수용” “법치주의 확립” 등의 용어들이 등장했다.

 특히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특별사면을 비판하는 내용도 등장했다. 박 대통령은 “고(故) 성완종씨에 대한 연이은 사면은 국민도 납득하기 어렵고 법치를 훼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에 대해서도 진실을 밝히고 제도적으로 고쳐져야 우리 정치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늘날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해 성완종 리스트 파문의 원인(原因)이라고도 했다.

 성 전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은 2005년과 2007년 노무현 정부에서 이뤄졌다. 정치권에선 2007년 말의 사면을 두고 ‘친노와 친이 간 거래설’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그런 만큼 박 대통령의 발언은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공격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이 ‘성완종 특별사면’에 대해 진상규명 을 언급한 건 처음이다. 익명을 원한 청와대 관계자는 “성완종 리스트 국면에서 야당의 주장이 일방적인 데다 박근혜 정부 전체가 부패한 듯 몰아붙이는 것에 대해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위기 상황에서 물러서는 게 아니라 공격적으로 나가는 게 박 대통령의 스타일”이라고도 했다.

 4·29 재·보선을 하루 앞두고 나온 박 대통령 발언으로 정국은 더욱 거칠어졌다. 당장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물타기로 사건의 본질을 가리고 나선 것은 대통령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며 “여당을 편든 건 선거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또 이 전 총리의 퇴진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을 뿐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대해선 사과하지 않았다. 사실관계가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과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말했다.

 박 대통령은 정치개혁을 통해 이번 국면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 누가 연루됐든 간에 부패에 대해서는 국민적인 용납이 되지 않을 것” 등이 대표적이다. “특검은 검찰 수사를 지켜본 후 의혹이 남는다면 당연히 해야 한다”고도 했다.

신용호 기자 nova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