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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관광객 80만 명 … 주민 자립 모델 된 감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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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부산시 감천문화마을 ‘감내카페’를 찾은 방문객들. 카페는 주민들이 직접 운영한다. [차상은 기자]

27일 오전 9시 부산시 사하구 감천동 감천문화마을 ‘감내카페’. 아침부터 손님들로 붐볐다. 알록달록한 주택과 벽화가 그려진 정겨운 골목길, 구석구석 설치된 예술품 등을 구경하러 온 감천문화마을 방문객들이었다. 카페 창가에선 건물 사이로 멀리 바다가 보였다. 이곳의 인기상품은 1잔에 2000원인 아메리카노 커피. 바리스타 김에레사(43·여)씨는 “감내카페는 주민들이 일군 마을재산”이라며 “한 달 매출이 1000만원을 넘을 때도 있다”고 귀띔했다.

 감내카페는 커피 등을 팔아 주민 자립을 일구려는 마을기업이다. 이 마을은 지난해 8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등 해마다 방문객이 늘면서 주민이 운영하는 마을기업·협동조합이 8곳으로 늘었다. 주민들은 예술가와 함께 달동네였던 마을을 ‘문화마을’로 바꿔놓았다.

 이 중 감천의 옛 지명인 ‘감내’를 딴 감내카페는 최근 2호점을 낼 만큼 성업 중이다. 주민들은 “도시재생으로 주민이 함께 일할 공간이 생기면서 마을에 생기가 돌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10년 전에는 상상조차 못한 일이다.

 2010년 도시재생 사업이 시작되자 주민들은 머리를 맞댔다. 방문객에게 쉴 곳을 제공하고 수익도 올릴 사업 아이디어를 찾았다. “커피 한 잔 마실 곳이 없다” “분식집을 내면 어떨까” 등 많은 의견이 쏟아졌다.

 주민들은 이런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감천마을협의회를 구성했다. 마침 부산시의 ‘산복도로 마을기업’ 공모에 당선돼 7300만원의 예산도 지원받았다. 이 돈으로 감내카페를 차려 2012년 7월 문을 열었다.

 이듬해에는 또 다른 마을기업인 ‘감내맛집’을 냈다. 1층은 분식, 2층은 비빔밥을 파는 식당이다. 감내맛집 1층은 지난 24일 8호 마을기업인 어묵가게로 바뀌었다. 부산 어묵업체인 ‘고래사어묵’이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한 덕분이다.

 관광상품을 파는 미니숍, 마을 예술인의 작품을 파는 아트숍(협동조합), 아지매 밥집, 공영주차장 운영 마을기업 등이 잇따라 생겨났다. 폐업 상태였던 마을 수퍼마켓엔 손님이 북적이고 빈집에 이사 오는 사람도 생겨났다.

 마을기업에 대한 주민들의 애정은 각별하다. 한 여성 주민은 “도시재생 덕분에 소일거리가 생기고 용돈을 벌게 됐다”며 “마을을 살리기 위해 서로 어울리면서 공동체 의식도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일이 일사천리였던 건 아니다. 초기엔 사업 주제를 놓고 옥신각신하는 일도 잦았다. 일부 토박이 주민들은 외지인의 동네 방문을 꺼렸다. “달동네에 누가 오겠느냐”는 회의적인 반응도 적잖았다. 하지만 마을회의를 거치고 전문가 의견을 물어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갔다.

 8개 마을기업에 근무하는 주민은 20여 명. 이들은 수익금 중 일부를 월급(1인당 120만~130만원)으로 받는다. 남는 돈은 마을가꾸기 사업 공동기금으로 적립 중이다. 전순선(59) 감천마을협의회 부회장은 “동네가 특색 있는 관광지가 돼 뿌듯하다”며 “주민끼리 오순도순 살면서 머리를 맞대니 공동체가 회복되고 마을 민박 같은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추진하는 단계까지 왔다”고 자랑했다.

글, 사진=차상은 기자 chazz@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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