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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생들 기초지식 튼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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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한국 과학의 미래는 매우 밝습니다.인재와 활기가 넘치거든요."

지난 14일 제4차 한.스위스 과학기술 라운드테이블에서 스위스측 협력전담창구로 선정된 얀앤더스 만손(51.재료공학.사진) 연방로잔공대 교수는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만손 교수는 역시 한국측 창구로 뽑힌 한국과학기술원(KAIST) 조영호(바이오시스템학과) 교수와 함께 이번 라운드 테이블의 성과가 나오기까지 숨은 주역이었다. 1995년의 첫 라운드테이블도 당시 로잔공대 총장이던 장클로드 바두 교수를 포함, 3명이 만들어낸 것이다.

*** 15년전 한국여성과 결혼

협력창구는 양국이 손을 맞잡을 수 있는 프로그램과 실행계획을 개발, 과학기술부와 과학재단 등에 건의하는 역할이다. 가장 먼저 올해 말 서울에서 나노.바이오.정밀공학 등을 주제로 양국간 포럼을 개최키로 했다.

"이제 시작입니다. 공동연구를 펼칠 수 있도록 연구비를 조성하는 등 갈길이 멀지만 어렵게 성사된 만큼 열심히 해보렵니다."

만손 교수의 한국 사랑은 예사롭지 않다. 15년 전 미국 학회에서 만난 한국 여성을 아내로 맞아들인 것이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됐다.

조영호 교수와 10여년간 학생 교류는 물론 공동연구를 펼치면서 한국을 방문한 횟수만 예닐곱 차례에 달한다. 한번 방문에 두달을 보낸 적도 있다.

"우연히 한국 학생을 가르쳐본 적이 있었는데 아내와 마찬가지로 기초지식이 튼튼하고 창의력이 넘쳐났습니다. 단지 자기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기술이 부족할 뿐이더군요.한국이 노벨상을 수상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만손 교수는 올해 초 뉴질랜드에서 열린 1백52년 역사의 요트대회인 아메리카컵 대회에서 유럽국가로는 처음으로 스위스가 우승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금까지 미국.호주.뉴질랜드 등이 우승컵을 가져갔지만 바다와 접하지 않은 스위스가 우승한 것은 '팀워크와 과학의 힘'이라고 당시 서방언론은 대서특필했다.

*** "세계가 놀랄 결과 만들 것"

가벼우면서 마찰력을 대폭 줄인 신소재 복합체를 개발, '알링기'호의 표면에 사용한 것이 당시 요트팀의 기술고문이었던 만손 교수의 아이디어.

만손 교수는 "한국인이 아니었으면 스위스의 우승도 힘들었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 신소재는 현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일하고 있는 엄용성 박사가 99년 자신의 연구실에서 박사 후 연수과정 당시 개발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만손 교수는 "스위스의 정밀공학과 제약산업이 한국의 정보기술(IT).바이오와 만난다면 분명 세계가 깜짝 놀랄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베른(스위스)=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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