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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세 쌍둥이 자매 만학길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84학년도 중학교입학자격 검정고시에서 50세 쌍동이 자매 오쌍임씨(서울목동318)와 쌍순씨(서울화곡동862)가 나란히 합격했다.
이들은『완고하셨던 부친때문에 배움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어렸을때부터 맺혔던 한이 수십년만에 풀렸다』며『더 나이를 먹더라도 배우겠다는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전북남원이 고향인 이들은 침모와 머슴을 여럿둔 25칸짜리 집에서 풍족하게 어린시절을 보냈으나 향교색장을 지낸 아버지의 고집으로 바느질과 요리법밖에는 배우지 못했다는것.
자녀들을 대학까지 졸업시키고 한숨을 돌린 이들이 못배운 한을 풀기위해 서울신설동 수도학원을 찾은 것은 지난해 6월.
한글은 떠듬떠듬 읽을 수는 있어도 쓸줄은 모르는 형편없는 실력이었다.
한번 들어봐야 바로 잊어버리는 굳어진 머리로 밤을 꼬박 새우면서 면학의 집념을 불태웠다.
아이들도 공부를 거들어주었고 남편도 책가방을 챙겨줄 정도로 성원했다.
언니 쌍임씨는『아기아빠가 지방근무시절 편지를 보내주면 답장을 쓰지못해 가슴이 터질것만 같았던 일을 되씹으며 자신을 채찍질했다』고 말했다.
쌍임씨는 전직 공무원으로 사업을 하고있는 남편(52)과의 사이에 5남매를 두고있으며 그중 셋은 이미 대학을 졸업.
한편 동생 쌍순씨는 상업을하는 남편(53)과 아들만 셋을 두고 있다. 장남은 대학을 나와 1등항해사로 근무중이며 2남, 3남은 대학재학중.
2단계로 고입검정고시 준비를 시작한 쌍동이자매는『앞으로 10년계획을 세워 배움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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