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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신동맹시대, 한국에 어떤 영향 미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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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과 일본이 새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에 합의함에 따라 일본의 군사대국화가 현실화됐다. 과거사 문제로 주변국들과 마찰을 빚고 있는 일본으로선 미군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전 세계 분쟁 지역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한반도도 예외가 아니다. 그만큼 국내 여론에 미칠 영향은 부정적이다. 김희상(전 청와대 국방비서관) 한국안보문제연구소장은 27일 “나라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놓였던 6·25전쟁 당시에도 우리 정부는 미군이 주장한 일본군의 파병에 결사 반대했다”며 “자위대가 한국에 파병되는 상황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현재 주한미군을 위한 후방 기지를 미군에 제공하고 있다. 그런 만큼 새 미·일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한반도에 유사시 군수 지원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위대 전투요원을 파병하는 것도 가능하다. 전직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1997년 미·일 방위협정 때도 ‘한반도 유사시 일본이 미군을 돕는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며 “다만 군수 등 후방에서의 공급과 주한미군에 대한 협력이 주였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개정된 가이드라인은 미국의 요청으로 일본이 주한미군을 위해 한국에 전투부대를 파병하는 게 가능해졌다”고 주장했다.

 새 가이드라인은 중국을 겨냥한 측면이 강하다. 97년 가이드라인을 개정했지만 이번에 손을 본 건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피봇 투 아시아)과 재균형 정책에 따라 중국을 견제하려고 추진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양국은 협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로써 일본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센카쿠 열도(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를 중국이 공격하거나 점령할 경우 일본이 공격 저지 및 탈환 작전을 하고, 미군은 이를 지원하거나 함께 전투를 치를 수도 있게 됐다. 이런 일이 실제 벌어질 경우 중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의 입장은 난처해지는 고차방정식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미·일이 한 몸처럼 군사적 결합 강도를 높인 상황에서 한·일 간 군사적 분쟁이 벌어질 경우 위태로운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위원은 “자위대의 한국 파병은 우리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극단적인 가정이지만 만일 독도를 놓고 한·일 간에 군사적으로 대치할 경우 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미국은 일본을 돕도록 돼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과도 충돌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 당국자는 “이달 중순 미국에서 열린 한·미·일 3자 안보토의(DTT)에서 자위대가 국제사회에서 군사 활동을 할 경우 제3국 주권을 존중하겠다는 내용을 (가이드라인에) 담기로 합의했다”며 “제3국은 우리나라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위대가 한국에 들어오기 위해선 사전에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이 한국의 동의 없이 자위대의 한반도 파견을 강행할 경우엔 대안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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