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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점차 안정적으로 움직여 한국 금리인하 부담 줄어들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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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한국에서는 추가 금리인하 압력이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계 자산운용사 슈로더그룹 키스 웨이드(Keith Wade·사진)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이다. 슈로더는 약 470조원의 자산을 굴린다.

웨이드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한차례 금리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지난달 진행한 금리 인하가 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금리 인하의 변수로 엔화 약세를 꼽았다.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 가운데 상당수가 일본과 겹치기 때문에 엔화 대비 원화 강세는 기업 실적에 타격을 준다. 지난 23일 엔화 대비 원화가치가 2008년 2월 이후 7년 2개월 만에 900원선이 깨지며 수출 기업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상당수 시장 전문가는 일본이 양적완화를 진행하면서 엔화가치가 더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웨이드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 점차 경제가 회복되면서 엔화도 안정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엔화가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면 한국은 금리인하 부담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그는 돈의 힘으로 주가가 오르는 세계적인 유동성 랠리가 1년 이상 이어질 것으로 봤다. 세계 각국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유럽중앙은행은 매달 600억 유로의 국채를 매입하고 있고, 일본중앙은행도 내년 말까지 양적완화를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유일하게 돈줄을 죄일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출구 전략이 내년으로 미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방준비위원회(Fed)가 경기 침체에 따른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며 시장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올해 미국이 금리를 올리지 않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했다.

 웨이드 이코노미스트는 각국의 경기부양책이 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세계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은 유럽 은행이 자본금이 늘며 대출이 증가하는 등 경기가 살아나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유럽뿐 아니라 석유수입국인 일본도 유가하락으로 기업 실적이 좋아지고, 임금 상승으로 인한 소비가 경기 회복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다만 중국 정부의 부양책에 대해서는 중립적인 시각이다. 그는 “수출 의존도가 큰 중국은 생산과잉으로 기업 수익이 나빠지고 있다”며 “그러나 중국 정부는 실업률 증가 등 성장 둔화를 우려하며 산업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밀어부치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적극적으로 생산과잉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경제성장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중국 경제는 정부의 적극적인 경제 띄우기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내년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7%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세계 경제의 변수로는 그리스의 그렉시트(유로존 탈퇴)를 꼽았다. 그는 “그렉시트가 발생하면 유로존 경제보다 정치적으로 더 큰 분열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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