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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 버블 경고, 한국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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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미국 증시가 요즘 사상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나스닥종합지수는 전날에 이어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0.71% 상승한 5092.08로 장을 마쳤다. ‘닷컴 버블(거품)’이후 15년만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닷컴을 비롯한 기술주가 10% 넘게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하지만 경고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전문가는 속속 경고장을 날리고 있다. 미국 증시가 너무 올랐다는 이유에서다. 이른바 ‘미국 증시 버블’ 논란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러스 코에스테리치 수석 투자전략가는 최근 “미국 주식이 이익증가율이나 펀더멘탈(기초체력)에 비해 지나치게 많이 올랐다”며 “미국 주식 비중을 축소하고 보다 싼 다른 나라 주식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CNN 머니는 미국의 금리 인하 움직임을 지적하며 “그동안 시장을 지탱해 온 양적완화(QE)라는 ‘스테로이드’가 소진되기 시작하면서 증시가 가라앉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증시도 최근 불이 붙은 듯 활활 타오르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연일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코스피는 이달 들어 6% 가까이 올랐다. 최근 주춤하는 코스닥지수도 며칠 전까지만 해도 급등세를 보였다.

 그동안 한국을 비롯한 세계 증시는 각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풀어놓은 돈 덕에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른바 ‘유동성 장세’다. 하지만 이런 유동성 장세는 기업의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사상누각’이라는 게 전문가의 일치된 견해다.

 그럼 한국 증시는 어떻게 될까. 아직 국내 전문가는 ‘오를 만큼 올랐다’는 의견보다는 ‘더 오를 여지가 있다’는 쪽으로 무게 중심이 가 있다.

 김중원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 상반기보다는 하반기, 2015년보다는 2016년이 실적 개선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코스피 상장기업은 저유가의 수혜를 받는데다 중국 인프라 투자 확대 수혜까지 받기 때문에 세계 펀드가 한국 주식 비중을 확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와 내년 코스피 상장기업의 영업이익 전망은 전달보다 각각 3.8%, 3.1% 증가했고 과거 경험을 볼 때 유가 하락 효과는 2년 정도 지속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배성영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국 증시의 가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싼 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외국인이 이달 들어 4조400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며 “한국은 세계 증시 가운데 가장 가격 매력을 지녔기 때문에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가수익비율(PER)이 한국은 10.2배인데 반해 주요 선진국은 미국 17.5배, 독일 15.5배 등으로 2005년 이후 사상 최고치에 근접해 있다는 설명이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것으로 현재 주가가 기업이 실제로 버는 돈에 비해 몇 배 높게 거래되는지를 보여준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주가가 고평가, 낮을수록 저평가돼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에 대해 최승용 토러스증권 연구원은 아직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 연구원은 “최근 주가 상승에는 올해 상장기업의 이익이 전년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긍정적 영향을 주고있다”며 “기업 이익 회복의 방향성도 중요하지만 이익의 양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호 NH투자증권 연구원도 “2012년 이후 코스피가 한 달에 6% 이상 상승한 경우는 네 번 있었다”며 “앞으로 숨고르기 과정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teente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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