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공자를 기리는 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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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해마다 6월이면 우리는 현충과 원호의 행사를 갖는다. 순국선열과 전몰장병을 추모하고 국가유공자와 그들의 가족·후손을 돕는 모임인 것이다.
그러나 6월의 더 큰 의미는 순국영령들이 신명을 바쳐 지키려했던 소중한 가치의 실현을 위한 우리의 자세를 돌아보는데 있다.
그 가치란 두말할 것도 없이 조국의 독립과 통일, 그리고 자유와 민주주의다.
우리가 추모하고 있는 국가유공자는 원호법상 애국선열과 지사, 전몰·전상용사, 그리고 4·19의거사망·상이자 등이 포함된다.
그 때문에 독립만세가 있었던 3월부터 4월과 5월을 지나 6·10만세와 6·25가 있었던 이 6월에 그런 행사를 갖는다는 점에서 우리의 마음은 더욱 엄숙해진다.
이날, 이달을 맞아 우리는 사심과 사리를 초월하여 오로지 조국과 국민을 위해 몸바친 그들의 넋을 겸허한 자세로 받아들이고 그들의 유업을 완성하는 사명감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지금 원호처는 시대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것 같다. 물질적 지원에 역점을 두었던 종래의 원호사업에다 새로이 정신적 가치를 추가한 것이다.
원호의 달 행사에 호국정신을 고취하여 선열들의 넋을 국민들에게 침투시키는 활동을 강화한다는 방침이 그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여건하에서도 원호대상자들의 지원에 세심한 배려를 거듭한 결과 지금은 원호사업 체계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 있는 것이 사실이다.
거리를 방황하던 대상자들의 모습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정부의 지원과 자신들의 자활 노력의 결실인 것이다.
그러나 성장한 경제력을 배경으로 보다 안정된 원호환경의 조성을 게을리 할 수는 없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가유공자의 범위를 확대하여 「국가·사회발전의 유공자」까지 포함시키고 유족들의 계승권도 넓히는 새로운 입법을 추진키로 했다고 한다.
원호사업이 국가재정의 직접적인 제한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또 국가안보·국가발전과도 직결되는 미묘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재정사정의 한계 안에서 폭넓은 사업을 펴서 애국에 대한 보상에는 추호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6월의 참 뜻은 정신적인 측면에서 더 크게 살릴 수 있음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공과 사의 모든 생활에서 선열의 교훈을 거울 삼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자세다. 거기엔 사욕과 낭비와 헛된 과시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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