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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법 개정안 이것이 문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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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저작물을 복제.전송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는 불법 복제.전송 방지를 위해 기술적 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온라인 서비스'가 무엇인지 매우 모호하다. 애초의 법안 취지에서 나타난 P2P 서비스나 웹하드 서비스만이 규제 대상에 해당된다고 단정지을 수 없고 내용적으로 개인의 메신저나 인터넷 게시판, e-메일 등 인터넷상의 전반적인 활동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불법적인 복제.전송과 합법적인 복제.전송을 구분해 낼 수 있는 기술적 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조항은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에게 과도한 부담과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기술적 보호조치의 개발은 물론 유지를 위해서도 기본적으로 막대한 물리적.인적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자칫 인터넷 서비스 산업 전반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둘째로는 문화관광부 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온라인상 불법 복제물을 삭제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한다는 조항이다. 행정기관이 법원의 관여 없이 저작물의 삭제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하는 것은 '사실상의 검열'을 뜻할 수 있으며 이는 기본적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불법 복제물인지 적법한 복제물인지에 대한 판단은 실제로는 해당 파일을 열어봐야만 알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불법 복제물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P2P 서비스나 웹하드 서비스 내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감시해야 하는데 이는 서비스 이용자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간주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영리를 위해 저작권을 침해한 행위에 대해 권리자의 고소 없이도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비친고죄로 변경한다는 조항이다. 인터넷상의 활동 중에서 영리 행위와 비영리 행위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에 대한 모호함도 문제이지만 보다 우려되는 것은 비친고죄의 적용을 둘러싼 부분이다.

현재는 저작자가 사용금지를 요청하지 않거나 방치된 저작물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지만 비친고죄를 적용할 때는 저작자가 원하지 않아도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날로 심각해지는 불법 복제 문제와 창작자들의 의욕적인 활동 유도를 위해서도 저작권에 대한 보호와 규제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 통과된 저작권법 개정안은 의미의 모호성과 함께 현재 상황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부족해 과도한 법 적용의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법 적용을 받게 되는 사회 구성원들의 공감과 이해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시행에 있어서의 정당성과 실효성 확보는 요원해지는 것이다. 더 이상의 혼란이 가중되기 전에 궁극적으로 정책이 지향하는 바와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잘 어우러져야 할 것이다.

배 영 숭실대 교수.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