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의「전화 맡벗 봉사」활기|"할아버지·할머니 외롭지않으셔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전화 한통화로 외로운 노인들의 말벗이 되어주는 전화 말벗봉사에 직장여성들의 참여가 높아지고 있다.
이성숙양 (21·제일기계)은 낮12시30분『할머니 저 성숙이예요. 감기는 좀 나으섰어요. 어제는 할머니 목소리가 피로하게 들려서 너무 짧게 통화했어요. 어제는 무슨일이 있었나요 …』라는 대화로 봉천동 할머니에게 문안전화를 올린다.
전화로 노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이러한 전화말벗 창구가 생긴 것은 지난 3월10일.
일정한 시간을 정해서 노인들과과 간단히 전화로 대화봉사하는 전화말벗에 2개월동안 2백여명의 자원봉사자가 몰리고있다.
전화로 대화를 나눌수 있는 노인세대는 만 60세이상으로 자녀가 없거나, 있어도 멀리 떨어져사는 분이 주 대상이었으나 현재 전화말벗봉사로 맺어진 노인은 대부분이 자녀가 있는 노인세대다.
노인과 전화를 나누길 원하는 전화말벗 봉사자는 전체의 90%가 20∼30대의 젊은층.
이들중 60%는 직장여성들로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을 이용하여 노인들과 대화를 나누고있다.
철공소에서 일하는 봉사자 이상석군 (19·서울성동구마장동)은『월급에서 5천원을 매달 할아버지를 돕는 후원금으로 내겠다』고 신청했고 일과가 끝나는 하오6시30분께 할아버지들과 전화를 하고있다고 했다.
이군은 특히 객지에 떨어져 살면서 할머니·할아버지들과 매일 전화로 대화를 나누다보면마치 가정을 가진것처럼 소속감을 느낀다면서 할아버지가 오히려 어려운 제 입장을 잘 보살펴줘서 매일 전화가 기다려진다고 했다.
성별·나이·주소·가족관계·취미·건강상태등을 서로가 익힌뒤에 전화로 대화를 하면 되는데 조기동한국노인복지회 회장은『일상생활이나 취미생활을 중심으로 화제를 이끌어나가면 손쉽게 친해질수있다』고 말했다.
특히 노인들은 자신이 전공할 분야나 생활의 지혜등에 관해 젊은이들이 상담이나 자문을 구하면 상당히 홍미를 갖게되는데 이간난할머니는 장담그는법·얼룩빼기·제삿상차리기 각종 풍물등에 대해서는 생활백과사전을 뺨칠정도여서 결여된 주부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고있다.
그러나 젊은층들이 2백여명넘게 자원봉사를 기다리고있는 반면 노인들의 신청은 20, 30명에 불과해 어려움을 겪고있다.
한편 한국노인복지회에서는 2일 하오3시 명동사도회관에서이들 전화말벗자원봉사자를 위한 「강좌및 좌담회」를 열었는데「노인의 특성」에 대해 발제 강연을 맡은 윤진교수 (연대 사회복지학과) 는『노인세대일수록 믿고 말할주있는 상대가 가장 필요하다』며『전화말벗 봉사도 노인세대들에 신뢰감을 줄수있는 상대가 되도록 힘써야 할것』이라고 강조했다. <육상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